(* 다른 컬럼들처럼 제목을 문장형으로 만들면 어떨지요?)

이번 호에서는 장내 미생물에 대해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살이 찌는 이유에 대해서 예전에 말씀드렸던 내용을 기억하시지요? 

흔히 주변에서 “나는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물은 칼로리가 없기 때문에 물만 먹어서 살이 찌지는 않습니다만, 다른 사람들보다 절대로 많이 먹지도 않는데 쉽게 살이 찌는 분들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런 분들이 남들보다 살이 잘 찌는 이유 중 중요한 것이 장내미생물입니다. (유전적인 요인도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기회가 되면 나중에 따로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너무 학술적인 이야기이고, 실제 도움이 되지는 않는 이야기라서요.)

우리 몸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습니다. 보통 한 사람의 몸에 있는 미생물의 무게만도 1~1.5kg이고, 숫자로는 인간세포의 약 10배, 그리고 유전자로는 사람 유전자의 약 100배 정도라고 이야기 합니다. 이 정도쯤 되면 이렇게 많은 미생물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으면서 우리 몸에서 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지요. 아마 초등학교 때 ‘공생관계’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우리 몸에 있는 미생물도 아마도 우리와 공생관계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최근 연구 결과들에 의하면 우리 몸에 있는 미생물들 중 특정 미생물이 부족한 사람들이 각종 질환, 특히 면역관련 질환들에 더 잘 걸린다고 합니다. 

우리 몸에서 미생물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 바로 장(腸)인데요, 이런 장내의 미생물과 비만과의 관련성도 여러 가지 재미있는 연구 결과들을 통해서 많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연구를 하나 소개해드리겠습니다. Science라고 하는 매우 유명한 학술지에 2013년에도 소개된 연구인데요, 체중이 많이 차이 나는 쌍둥이에게서 장내미생물을 채취해서 무균상태로 키워진 유전적으로 동일한 쥐에게 이식한 후에 똑같이 저지방 고식이섬유 사료를 먹였을 때, 뚱뚱한 사람의 장내미생물을 이식 받은 쥐만 뚱뚱해 졌습니다. 그리고 이 쥐들을 서로 섞어 놓았더니, 다시 쥐들이 모두 날씬해 졌습니다.(쥐들을 응가를 싸고는 그 응가를 서로 나눠 먹고 그런답니다. 우웩~) 

이 연구가 보여주는 중요한 시사점은 첫째로 ‘장내미생물이 비만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라는 것입니다. 무균상태, 유전적으로 동일한 쥐에게 같은 사료를 먹이는데 비만도가 달라졌으니까요. 또 한 가지는 ‘장내미생물은 바뀔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이좋게 응가를 나눠먹은 쥐들이 같이 날씬해질 수 있었던 것이 이를 입증해 주는 것이지요. 

문제는 장내미생물을 쉽게 바꾸기가 어렵다는 것이지요. 안 좋은 방향으로 바꾸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항생제를 오남용하면 장내미생물이 안 좋은 쪽으로 바뀝니다. 대표적인 예가 세균감염을 치료하다가 장내의 유익한 세균이 사라지게 되면서 생기는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Clostridium difficile)이라는 균에 의한 장염입니다. 또한 가축들에게서 저용량의 항생제를 꾸준하게 쓰면 장내 유익한 미생물들이 줄어들면서 가축들이 살이 찐다는 것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반대로 좋은 쪽의 장내미생물을 다시 늘리기는 그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최근 연구결과들에 의하면 아까 말씀드린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에 의한 장염에 대한 가장 좋은 치료법은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이식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비만도 어쩌면 대변이식으로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대변이식은 아직까지는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습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대장내시경을 통해서 이식하는 것인데, 결코 쉬운 방법이 아니지요. 우리가 보통 많이 복용하는 유산균도 유익한 장내미생물을 늘려주기 위한 것인데, 아직까지는 먹는 유산균만으로 장내미생물을 유익한 쪽으로 바꾸거나 비만을 치료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이유로는 단순히 장내미생물 자체뿐만이 아니라 그 장내미생물이 잘 살아가고 번식할 수 있는 환경도 중요한데 그러한 환경을 결정짓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보통 체중 조절에 도움을 준다고 알고 있는 식단들 – 정제된 탄수화물이 적고 식이섬유가 많은 식단들이 유익한 장내 미생물이 늘어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주변에 엄청나게 먹어대는데도 살이 안 찌는 사람이 있다면 친하게 지내도록 하십시오. 언젠가 그 사람의 장내미생물을 이식 받아서 나도 그 사람처럼 마음껏 먹어도 살이 안 찔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으니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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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권혁태 교수 

권혁태 교수는 서울의대를 졸업,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 현재 가정의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전공(연구)분야는 건강증진, 비만, 노화, 만성질환 관리, 암경험자 관리, 의료정보(인공지능, ICT)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