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콘스탄틴(Constantine)은 프랜시스 로렌스 감독의 1995년 작품으로, 멕시코의 한 폐허에서 한 남자가 우연히 2차 대전 후 독일군에 의해 실종되었던 숙명의 창(the spear of the destiny)을 발견하면서 시작됩니다. 이 창은 예수가 십자가에서 죽을 때 로마 병사가 사용하였던 것으로 예수의 피가 묻어 있어 이를 소지하는 자는 세계의 운명을 지배한다고 알려진 것입니다. 아무튼 그 청년은 창을 손에 넣은 이후 차에 치여도 상처 하나 입지 않는 초능력을 얻게 되고, 어떤 힘에 이끌려 미국으로 향합니다.

이어서 무대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바뀌면서 이야기는 두 남녀 주인공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존 콘스탄틴(키아누 리브스 분)은 인간의 형상을 한 혼혈 천사(half-angels)와 혼혈 악마(half-demons)를 구별해 낼 수 있는 30대 중반의 초능력자입니다. 어릴 때는 그 능력을 저주하여 스스로 자살까지 기도하였으나 지금은 그런 능력을 이용하여 규칙을 어긴 혼혈 악마들을 제거함으로서 구원을 받아 천국에 가고자 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냉소적 성격에다 한시도 담배를 손에서 뗄 수 없는 체인 스모커로 이미 진행된 폐암 때문에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어느 날 그는 그의 추종자인 청년 채즈(샤이아 라보프 분)와 함께 한 소녀의 집으로 가서 그녀의 몸에서 악령을 쫓아 냅니다. 그러나 보통 때와는 달리 악령이 사람의 몸 밖으로 탈출하여 인간세상 속으로 나오려는 하는 것을 발견하고는 그 이유에 대해 의아해 합니다.

한편 안젤라 도슨(레이첼 와이즈 분)은 로스앤젤레스 경찰서의 민완 여형사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녀의 쌍둥이 여동생인 이사벨이 입원 중인 정신병원 건물 옥상에서 투신자살을 하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이사벨 역시 어릴 때부터 콘스탄틴과 마찬가지로 혼혈 악마와 천사를 볼 수 있는 영적인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었습니다. 안젤라는 이사벨이 자살할 이유가 없다며 확실한 정황에도 불구하고 애써 사실을 부인합니다.

콘스탄틴과 안젤라는 각자의 이유 때문에 우연히 한 성당을 동시에 찾아가게 됩니다. 안젤라는 신부에게 가톨릭 의식으로 이사벨의 장례를 치러 줄 것을 간곡히 부탁하나 자살을 했다는 이유 때문에 거절당합니다. 콘스탄틴은 성당에서 혼혈 천사인 가브리엘(틸다 스윈튼 분)을 만납니다. 콘스탄틴은 가브리엘에게 악령을 많이 제거해 준 대가로 천당으로 가게 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러나 가브리엘은 그에게 악령제거는 그 자신을 위한 것일 뿐이고 천당에 가기 위해서는 믿음과 자기희생이 필요하다며 그의 제의를 거절합니다. 그러자 콘스탄틴이 자기는 신을 믿는다고 대꾸하자, 가브리엘은 신을 믿는 것이 아니고 신을 알 뿐이라고 냉소를 보냅니다. 그리고는 콘스탄틴을 향해 그가 일찍 죽게 되는 것은 15세 이후로 줄담배를 피웠기 때문이며 지옥에 가게 되는 것은 살상을 많이 했기 때문이라고 못을 박습니다.

결국 콘스탄틴과 안젤라는 성당에서 각자 쓰라린 거절을 당한 채 문을 나섭니다.

그런데 콘스탄틴은 이번에는 밤거리에서 벌레 형상을 한 악마의 습격을 받고 가까스로 이를 물리칩니다. 그는 전번에 소녀의 몸에서 인간세계로 빠져 나오려는 악령의 경우를 포함하여 인간의 세상에 있어서는 안 되는 악마의 존재에 다시 한 번 난감해 합니다. 일찍이 신과 사탄은 협정을 맺고 천사는 천국에 그리고 악마는 지옥에만 있도록 했습니다. 인간세계에는 혼혈 천사와 혼혈 악마만이 존재하면서 각각 신과 사탄의 영향력을 간접적으로 행사할 뿐이었습니다.

그는 이유를 알고자 과거 악령 퇴마사로 일하다 지금은 혼혈 천사와 혼혈 악마들의  중립 지역인 술집을 운영하고 있는 미드나잇(디몬 하온수 분)을 찾아 갑니다. 그러나 미드나잇은 지상에 혼혈이 아닌 완전한 악마가 나타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콘스탄틴의 이야기를 일축합니다.

그날 저녁 콘스탄틴의 집으로 안젤라가 찾아옵니다. 그녀는 동생 이사벨이 악령 때문에 죽음으로 내 몰린 것 같다며 그의 능력을 발휘하여 진상을 밝혀 주기를 간청합니다. 콘스탄틴은 처음에는 그녀의 청을 거절하나 함께 악마의 습격을 당한 뒤 부탁을 들어 주기로 합니다. 그리고 주술을 통해 지옥으로 들어가서 이사벨을 만난 뒤 그녀가 자살을 한 것이 틀림없다고 안젤라에게 말해 줍니다.

그때 콘스탄틴의 퇴마사 동료인 헤네시 신부(프루이트 테일러 빈스 분)가 갑자기 정신 이상 증세를 보이다 손에 이상한 기호를 남긴 채 급성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어서 콘스탄틴에게 악령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던 친구 비번(막스 베이커 분)도 의문의 살해를 당합니다. 콘스탄틴은 이사벨의 죽음을 포함한 이 모든 사건의 배후에는 사탄의 아들 마몬이 개입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마몬은 사탄의 뜻을 어기고 이 지상에 나와 그만의 새로운 세계를 만들려는 야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지상에 나오기 위해서는 강력한 영매의 존재와 함께 숙명의 창에 묻어 있는 예수의 피가 필요했습니다. 바로 이 때문에 숙명의 창은 그의 조정 하에 멕시코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오고 있었고 영매는 원래 이사벨을 이용하려고 하였으나 그녀가 그만 자살을 선택하고 만 것입니다. 따라서 마몬은 이번에는 이사벨과 비슷한 능력을 가진 쌍둥이 언니 안젤라를 영매로 삼으려고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콘스탄틴은 안젤라와 함께 마몬의 이 가공할 음모를 실행에 옮기고 있는 혼혈 악마 발사자르(게빈 로스데일 분)를 찾아가 진상을 파악한 뒤 그를 처치합니다. 그러나 안젤라는 마몬의 힘에 의해 납치됩니다. 콘스탄틴은 미드나잇의 도움으로 마몬이 지상으로 올 장소를 알아 낸 뒤 채즈와 함께 그곳으로 향합니다.

콘스탄틴은 비밀 장소에 모여 있는 혼혈 악마들을 모두 처치하고 이미 안젤라의 몸속에 들어가 있는 마몬과 맞섭니다. 이 과정에서 채즈는 죽고 맙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마몬을 이 세상에 나오게 하는 배후에 혼혈 천사 가브리엘이 있었습니다. 가브리엘은 신을 배반하는 행동이라고 비난하는 콘스타틴의 외침에, “자신이 관찰한 바로는 인간은 공포 속에서 경건함이 나오기 때문에 악마의 지배를 이겨낸 사람만이 주의 은총을 받게 하는 것이 주의 뜻과도 일치한다.”라는 해괴한 논리를 내세웁니다.

가브리엘의 강력한 힘에 쓰러진 콘스탄틴이 무기력해 진 사이 가브리엘은 안젤라의 몸속에 들어있는 마몬을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하려 합니다. 절박한 심정의 콘스탄틴은 깨어진 유리로 손목을 그어 자살을 시도함으로서 그의 영혼을 데려가기를 호시탐탐 노려 왔던 사탄 즉 루시퍼(Lucifer)을 오게 만듭니다.  

루시퍼는 마몬에 음모에 대한 콘스탄틴의 이야기를 듣고 가브리엘을 제압한 뒤 마몬을 다시 지옥으로 돌려보냅니다. 그리고 가브리엘은 신의 노여움을 받아 천사의 날개가 불타 없어지면서 평범한 인간으로 바뀌고 맙니다.  

루시퍼는 그를 도와준 콘스탄틴에게 청을 하나 들어 주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콘스탄틴은 루시퍼의 예상과는 달리 그의 목숨 대신 죽은 이사벨을 지옥에서 천국으로 보내 달라고 부탁합니다. 콘스탄틴의 영혼을 지옥으로 데려 갈 수 있다면 그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 루시퍼는 청을 기꺼이 들어주고 그를 지옥으로 데려 가려 합니다. 그러나 루시퍼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콘스탄틴의 ‘자기희생’적 행위 때문에 그는 지옥이 아니라 천국에 갈 자격을 얻게 된 것입니다.

당황하고 급해진 루시퍼는 어떻게 해서든 당장은 콘스탄틴을 살린 뒤 그가 다시 많은 죄를 짓게 하여 지옥으로 데려갈 수 있도록 하려 합니다. 방법은 단 한 가지. 그의 몸에 있는 모든 폐암 세포를 일시에 제거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마침내 모든 것이 정상화되고 됩니다. 콘스탄틴은 안젤라에게 숙명의 창을 맡기면서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겨 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리고 영화 내내 그토록 입에서 떼지 않았던 담배 대신 껌을 씹으면서 이렇게 독백합니다. “모든 것은 신의 계획 하에 있다. 설사 마음에 들지 않아도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라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콘스탄틴은 채즈의 묘로 찾아 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날개를 달고 천사의 형상으로 하늘로 올라가는 채즈를 봅니다.  

이 영화는 마치 금연 계몽 영화가 아닌가 할 정도로 영화 전편에 걸쳐 일관되게 담배의 폐해에 관해 강조하고 있습니다.

먼저 주인공 콘스탄틴은 단 한 순간도 담배를 손에서 놓지 않을 정도의 애연가입니다. 영화에서 그는 담배꽁초와 함께 처음 등장합니다. 곧 이어 새로운 담배를 입에 무는 것을 시작으로 영화 종반부에서는 피를 흘리면서 죽음을 앞두고 루시퍼와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도 담배를 피웁니다. 혼혈 천사 가브리엘의 지적대로 15살 때부터 20년간 이렇게 담배를 피워댄 것입니다. 

             

이 때문에 영화에서 그는 과도한 흡연에 대한 당연한 결과로 폐암에 걸린 것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20년 전 콘스탄틴이 처음 자살을 기도하였을 때 그를 살려주었던 의사도 흉부 X선 사진을  보며 이번만은 폐암이 너무 진행되어 방법이 없다고 말합니다.

콘스탄틴 스스로의 표현대로 짧으면 두 달 길어야 1년의 시한부 인생이 된 것입니다. 그는 절박한 심정이 되어 남은 기간 어떻게 해서든 구원을 받아 천국에 가기위해 발버둥 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콘스탄틴의 흉부 X선 소견입니다. 보기에도 정상이 아닌 이 사진은 진행된 폐암이라는 영화에서의 설정과는 달리 사실 폐암 소견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자문을 구한 방사선과 전문의의 소견에 의하면 일단 오래된 사진을 사용하여 해상도에 문제가 있고 영화 설정대로 그 당시 촬영한 사진이라도 가장 가능성이 높은 진단은 늑막 석회화(pleural calcification) 소견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상황이라면 결핵에 관련된 병변일 확률이 가장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어쨌든 치명적인 폐암 말기 상태인 그는 영화 내내 객혈과 기침으로 고생합니다. 기침을 억제해주는 진해제는 그의 필수 지참약입니다. 고통에 시달리는 그가 집안 탁자에 기어 다니는 벌레를 컵으로 생포 한 뒤 담배연기를 불어 넣으면서 “너도 한번 당해봐라!(Welcome to my life!)”라고 말하는 장면은 그의 괴로운 심정을 잘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콘스탄틴의 개인적 고통 이외에도 영화에서는 담배의 부정적 측면을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먼저 콘스탄틴이 죽은 헤네시와 비먼의 복수를 위해 발사자르를 죽이기 위해 안젤라와 함께 총을 들고 떠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때 콘스탄틴은 발사자르를 이렇게 죽이겠다며 담배 갑을 향하며 총을 쏩니다. 그리고 그 다음 장면에서 남아 있는 담배 유해 경고문을 보여 줍니다.

또 한 장면에서는 루시퍼(사탄)가 콘스탄틴과의 대화중에 스스로를 담배회사 주주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는 담배회사와 악마의 이미지를 결부시키는 의도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영화에서 폐암과 관련된 가장 흥미 있는 장면은 영화 종반부에서 루시퍼가 콘스탄틴에게 시행하는 폐암 제거 수술입니다. 천국으로 올라가려는 콘스탄틴을 살리려고 루시퍼는 황급히 콘스탄틴의 양측 가슴을 통해 깊숙이 손을 잡아넣습니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끈적거리는 짙은 검정색 진액 속에서 암 덩어리 하나씩을 끄집어냅니다.  

이 장면은 마치 오래 전 필리핀의 한 사기 치료사가 우리나라 환자들을 대상으로 몸에서 손으로 암 덩어리를 꺼내는 것처럼 상황을 조작했던 장면과도 유사하여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루시퍼가 꺼낸 콘스탄틴의 암 덩어리는 끈적끈적한 검정색 진액 속에 들어 있는데 이는 담배 성분 중 타르(Tar)를 강조하기 위한 장면으로 생각되나 실제 폐암이 이런 식으로 타르 속에 들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영화 설정 상 콘스탄틴의 흉부 X-선 사진을 보면 양측 폐 전체에 암이 여러 군데 퍼져 있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정작 루시퍼가 꺼낸 암 덩어리는 한 손에 각각 한  덩어리뿐으로 의학적으로는 오류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어쨌든 영화는 콘스탄틴이 새 생명을 얻은 뒤 담배 대신 껌을 가지고 다니는가 하면,  마지막 장면에서 채즈의 묘비 위에 오래 동안 아끼던 라이터를 놓고 떠나는 등 끝까지 금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