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위장관외과 의사로서, 주로 위암을 비롯한 위장관에 생기는 종양을 수술적으로 치료하며 그 외 위궤양, 위식도역류질환, 고도 비만, 탈장 등 양성 질환에 대한 수술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위장관 수술 기구와 기법이 날로 발전함에 따라, 기존의 배를 절개하는 개복수술뿐만이 아니라 복부에 몇 개의 구멍만을 뚫고 시행하는 복강경 수술과 로봇 수술 등 다양한 수술방법이 사용되며 수술의 범위도 환자분들의 질병 상태에 맞추어 다양하게 시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위암은 해당 부위의 절제가 가능한 경우 수술이 완치를 위해 가장 중요한 치료방법입니다.

따라서 저를 비롯한 위암센터의 위장관외과의사들은 늘 위암으로 진단된 환자분들의 완치 및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학창시절 과학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과학고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과학을 공부하면서 기초과학보다는 실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응용과학인 의학과 인체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이런 이유로 의대에 진학하게 되었지요. 실제로 의대 시절을 거쳐 의사가 되어 보니 의학은 생물학뿐 아니라 공학, 심리학, 사회학 등 여러 분야의 과학이 총동원되는 응용과학의 장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외과를 선택한 이유는 제 손으로 직접 더 많은 생명을 살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의사에게 가장 큰 보람은 환자분들이 질병의 고통에서 치유되어 행복한 삶을 누리는 것일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꺼져 가는 생명을 살리는 일은 가장 가슴 벅차는 일이지요.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사망 원인 1위가 바로 암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고형암은 외과 수술로 치료하게 되지요.

그 중에서도 위암은 국내 암 발생률 1위이자 세계적으로도 많이 발생하는 암 중 하나입니다. 게다가 사망률도 높습니다. 하지만 초기에 발견해 수술하면 90% 이상의 환자가 완치가 가능하며, 설사 진행된 경우에도 완치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위암을 치료하고 연구함으로써 보다 많은 환자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위장관외과를 선택하였습니다.

외과학, 특히 암을 다루는 외과 종양학에서는 절제된 암조직을 이용해 다양한 연구를 합니다. 암의 분자생물학적인 특징과 발생기전, 조기 발견 방법 및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시행하는데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수술 기구와 기법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함께 여러 첨단 과학기술이 동원된 의료기구와 장비가 진단과 치료에 이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조기 위암의 비율이 많아지고 위암 수술의 성적이 좋아짐에 따라 이제는 암의 완치뿐만이 아니라 수술 후 통증을 줄이고 회복을 빨리 하게 하며 기능을 보존하는 수술 기법들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복강경수술, 로봇수술, 그리고 암이 퍼진 부분을 확인해 기존의 표준수술보다 절제 범위를 줄이는 축소소술 등이 수술을 집도하는 외과의로서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입니다.

뿐만 아니라 영상 기법, 로봇, 컴퓨터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수술 전 촬영한 방사선 사진을 이용하여 위암과 주변 장기, 혈관 등의 해부학적 관계를 미리 알고 마치 자동차 네비게이션처럼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정확하게 수술하는 방법도 개발되었습니다. 가까운 시간 안에 사용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여 큰 관심과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위암 수술에 있어 림프절로의 전이 여부는 매우 중요합니다. 전이 여부에 따라 절제범위, 장기보존 등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수술 후 림프절 전이는 재발 예측을 위한 병기 설정을 위해서도 중요하고요. 따라서 서울대학교병원 위장관외과가 장기간 축적한 자료를 바탕으로 림프절 전이와 관련한 다양한 연구를 시행했습니다.

우선 이들 자료를 분석해 위암의 깊이에 따라 어느 위치에 어느 정도의 확률로 림프절 전이가 있는 지를 분석하여 국제 학술 잡지(British journal of surgery)에 발표하였습니다. 그리고 위암 수술 중 대표적인 기능보존수술인 유문보존위절제술을 조기 위암에 대해 시행하는 경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해 Annals of surgical oncology에 발표하였습니다. 이 같은 발견과 함께 다른 근거들을 바탕으로, 서울대학교병원에서는 현재 유문보존위절제술을 활발히 시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수술 받은 약 9천명의 환자 결과를 분석하여, 전이된 림프절의 개수를 이용하는 기존의 병기 시스템보다 절제된 림프절과의 비율을 이용한 병기 시스템이 더 우월할 수 있다는 것을 체계적으로 증명하여 외과분야에서 가장 저명한 학술지인 Annals of Surgery에 발표한 바 있습니다.

위암 수술을 받는 환자분들께 표준수술이 위를 2/3, 혹은 전부 절제하는 것이라고 말씀 드리면, 식사를 못하는 것이 아니냐고 놀라시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물론 수술 직후에는 위가 적게 남거나 없어지므로 식사를 하루에 여섯 끼나 아홉 끼로 자주, 소량씩 드셔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수개월이 지나면 수술 전에 드시던 것과 비슷하게 하루 세 끼를 드실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위는 알코올만 흡수할 뿐, 영양소의 흡수는 소장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영양 장애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뭅니다.

수술 후 식사 진행에 대해서는 저희 외과 의사뿐 아니라 위암 전문 영양사와 간호사가 단체교육과 개인 상담을 통해 이해하실 수 있도록 설명 드리고 있습니다.

어떤 환자분은 위암 수술 후 1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수술 전부터 즐기시던 마라톤을 풀코스로 몇 차례 완주하여 저를 놀라게 하시기도 하셨습니다. 반면 조기 진단 시기를 놓쳐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 방문하시는 경우에는 가슴 아픈 경우가 많지요. 그래도 이미 위암이 많이 전이되어 수술을 못하고 항암치료를 받으셨다가 치료에 대한 반응이 좋아 수술을 받고 오래 생존하시는 환자분들도 계십니다. 이런 분들을 보며 어떤 경우에도 희망을 놓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모든 위암 환자분들이 건강검진을 통해 위암을 조기에 발견해서 복강경수술을 받고 빨리 행복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치 맹장염 수술을 받은 정도로 여길 수 있도록 말이지요. 그렇게 된다면 애틋한 환자분들의 사연은 적어지겠지만 꼭 그렇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대부분 환자분들께서는 다시 살아났다는 생각에 위암 수술 후 얼마간은 나쁜 생활 습관을 버리고 마음 가짐을 새롭게 하십니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의 삶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우쳐 주기도 하시지요. 하지만 식사와 활동이 정상적으로 회복되고 몇 년이 지나면 이런 기억을 잊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환자분들께서 생명을 다시 찾은 경험을 항상 기억하시고, 또 그런 경험을 직접 해보지 못한 주변 사람들에게 항상 일깨워 주신다면 우리 모두가 삶을 더 소중히 여기고 아름답게 살아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비록 고통스러웠던 투병 기억이지만 항상 가슴에 품고 주변 사람들을 더욱 사랑하시길 바랍니다. 특히 수술을 계기로 담배를 끊으신 환자분들께서는 다시는 피우지 않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위암은 남미나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서도 발생율이 높게 나타나지만, 주로 한국과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위암 치료 성적 향상을 위해 우리 나라 의학자들의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위암 연구와 보다 효과적이면서 삶의 질을 보존하는 수술적 치료법 발전에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또한 서구에서 많이 시행되던 위식도역류 질환과 고도비만, 대사 질환에 대한 수술적 치료에 대한 요구가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능성, 대사성 질환에 대한 수술적 치료 발전에도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