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데 있어 의사의 소견뿐 아니라 의사에게 충분히 설명을 들은 환자의 의견도 함께 반영되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이 연구는 저명 국제학술지인 헬리코박터(Helicobacter)誌 에 게재되었습니다.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조비룡, 신동욱 교수 연구팀(사진)은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을 찾은 604명의 건강한 수진자에게 헬리코박터 선별 검사와 제균 치료의 장, 단점을 설명한 후 시행 여부를 조사한 결과 10명 중 7명이 검사 및 치료를 받겠다고 응답했습니다.  

우리나라 성인의 50% 이상이 위암 원인 중 하나인 헬리코박터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증상이 없거나 위염을 가진 성인도 제균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전문가마다 이견이 있었습니다. 일반인도 제균 치료에 대해 잘 몰라 환자의 선호 보다는 의사의 뜻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연구팀은 수진자에게 헬리코박터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 9개 문항을 질문했습니다. 그 결과 수진자들은 평균 3.9개를 맞췄습니다. 헬리코박터가 위암이나 위궤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은  약 60%가 알고 있었으나, 헬리코박터에 대한 진단법이나 효과적인 치료법에 대해서는 모르는 경우가 절반이 넘었습니다. [표1]

연구팀은 헬리코박터 선별 검사 및 치료를 받았을 때 얻을 수 있는 이득과 감수해야 하는 위험과 비용을 다음과 같이 충분히 설명했습니다.

- 위암은 우리나라 전체 암 발생의 약 1/6을 차지하며, 어떤 사람에게는 평생 위암이 발생할 확률은 5~7%정도 된다.
 - 헬리코박터는 위암의 주요 원인으로, 약 2~3배 정도 위암의 발생확률을 높인다.
 - 헬리코박터의 보유 여부는 내시경을 시행할 때 약간의 조직을 채취함으로써 알 수 있다
 - 헬리코박터 치료는 항생제 및 위산억제제를 7-14일 간 사용하며, 비용은 약 10만원 (비보험), 초치료 성공률은 70-85%정도이다.
 - 헬리코박터 치료는 아직 증거가 확실하지 않지만 위암의 발생위험을 30%정도 낮추는 것으로 보이며, 위암 고위험군에서는 제균 치료가 권장된다.
 - 헬리코박터 치료제에 의해 구역, 복통, 설사 등의 부작용이 2.5%정도의 복용자에게서 발생할 수 있으며, 치료를 하다가 중단하는 경우 균의 항생제 내성을 키울 수 있다.

그 결과 수진자의 73.7%(445명)가 ‘선별검사를 받고 균이 있다면 치료를 받겠다’라고 대답했고, 3.5%(21명)는 ‘받지 않겠다’고 답했습니다.  18.2%(110명)는 ‘잘 모르겠다’ 고 응답했고 4.6%(28명)는 기권했습니다.

특히 위암 가족력이 있거나, 설명 이전부터 헬리코박터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그룹은 ‘선별검사 및 치료’를 선택할 확률이 높았습니다.

수진자 대다수는 그들의 선택 결과와 관계없이, 이 같은 설명 자료가 제공되는 것에 찬성하였습니다.

조비룡 교수는 “증상이 없는 일반인이라면 헬리코박터에 대한 치료는 꼭 해야 하는 것도, 하지 않아야 하는 것도 아니며, 현재의 진료지침에서는 치료의 이득, 위험, 비용 등을 고려해서 결정하도록 되어있다.” 며 “무턱대고 검사를 받기 보다는, 본인의 가족력, 예방치료에 대한 선호도 등을 따져봐서 선택해야 한다” 고 말했습니다.  

최근에는 검사나 치료 선택에 있어서 환자의 선호도가 반영되어야 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특정 항목에 대한 검진 시행 여부, 요통이나 퇴행성관절염 등에 수술을 할지 약물 요법을 할지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러나 국내 의료체계에서는 진료시간이 짧아, 의사가 충분한 설명을 해주지 못한 상태에서 의사가 권유하는 치료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동욱 교수는 “환자가 특정 치료의 장단점을 잘 알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환자가 스스로의 상황과 가치관 등을 고려하여 본인에게 맞는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공동의사결정(Shared decision making)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대학교병원 건강증진센터에서는 검진 전 전문의 사전상담을 통하여 환자 개개인의 상황과 선호를 고려한 맞춤형 검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http://hpc.snuh.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