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시간이나 숙제할 때 가만히 있지 못하고 계속 몸을 꼼지락 거리고 주의가 쉽게 분산되며, 체계적으로 끝까지 과제를 다 마치지 못하는 아이들은 공부를 잘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거나 끈기와 의지력이 부족하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자주 받게 됩니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은 일부러 노력을 안 하는 게 아니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가 있어서 자신도 어쩔 수 없이 주의산만한 문제를 보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ADHD의 대표적인 증상은 부주의, 충동성, 그리고 과잉행동성인데, 대개 유아기나 아동기 때 문제를 보이기 시작하여 청소년, 성인기까지 증상이 지속되기도 합니다. 국내 연구결과에 따르면 아동 청소년들의 약 5~6%가 ADHD 진단에 부합됩니다.
ADHD가 있는 아이들은 아주 흥미가 있는 과목이 아니면 수업시간을 매우 지루해하기 때문에 옆의 학생들에게 장난을 치거나 방해를 하기도 합니다.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고 알림장을 학교에 두고 오거나, 해야 할 일을 잊어버리기 일쑤입니다. 문제를 다 읽기도 전에 충동적으로 답을 써서 실수로 틀리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에 비해 부진한 성적을 보이며, 생각하기도 전에 행동부터 하기 때문에 무모하고 위험한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행동을 억제하는데 주된 어려움이 있어서 자기 차례가 아닌데도 불쑥 나서거나, 규칙을 위반하고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또한 사회적 기술이 부족해서 다른 아이들에게 거부당하는 경우가 많고, 사소한 좌절에도 분노를 폭발적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중, 고등학생이 되면 어릴 때 보였던 과잉행동 문제는 상당히 감소하지만, 여전히 주의력문제와 더불어 사회적, 학업적 문제는 지속됩니다. 특히 주의산만하고 충동적인 행동으로 인해서 야단을 자주 맞다보니 청소년이 되면 자존감이 저하되어 이차적으로 우울증이나 비행, 인터넷, 혹은 게임중독 등의 문제를 보이게 될 위험도 높습니다.
ADHD의 원인은 무엇 때문일까요?
지금까지 여러 가지 원인론이 제시되어 왔는데, 뇌영상 연구와 신경심리학적 연구결과에 따르면, ADHD는 주의집중력을 담당하는 뇌 영역에 미세한 기능장애가 있거나, 행동억제력과 주의력의 조절을 담당하는 두뇌의 전두엽 기능의 발달이 미성숙할 때 발생합니다.
그렇다면 자녀가 위와 같은 ADHD 증상을 보일 때 부모님들은 어떻게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우선 ADHD 증상이 심해서 학교나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많이 경험한다면, 정확한 진단평가를 받은 후에 약물치료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약물 치료 외에도 행동 억제력 및 자기-조절 능력을 발달시키고, 특히 ADHD 아동, 청소년들이 이차적으로 보이는 낮은 자존감 및 우울감과 같은 정서적 문제, 그리고 학습부진 문제를 변화시키는 데는 인지-행동 치료나 사회성 훈련, 부모 교육과 같은 비-약물치료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합니다. 또한 주의집중력과 행동억제력을 담당하는 전두엽은 20세 초반까지 발달하므로 지지적인 환경에서 적절한 교육과 더불어 하루에 20-30분씩 매일 주의집중력 훈련을 반복적으로 한다면 전두엽의 기능이 점차 발달하므로 주의산만한 문제가 감소하게 됩니다.
ADHD 아이들이 숙제나 일을 체계적으로 제때에 완수하고 규칙을 잘 지킬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는, 부모님과 자녀가 함께 의논하여 하루 일정이나 시간계획, 규율 등을 정해서 따르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좋은 습관은 저절로 생기지 않으며, 반복적인 연습을 필요로 합니다. 특히 주의집중하고 정리 정돈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은 더욱 그렇습니다. 부모님들은 자녀에게 미리 계획을 세워서 행동하고, 책가방이나 학용품, 학교준비물을 체계적으로 정리 정돈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실 수 있습니다. 책상위에는 학용품 정리함을, 책가방 안에는 숙제나 알림장을 넣어두는 폴더를 마련해주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숙제하는 시간은 미리 정해놓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숙제하기에 가장 효율적인 최적의 시간을 정하기 전에, 먼저 아이의 능률이 어느 때 가장 좋은지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공부하는 공간에는 가능한 한 주의분산 요인이 없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T.V 는 끄고, 동생은 다른 곳에서 놀도록 하며, 전화 통화나 대화는 작은 소리로 합니다. 아이들에 따라서는 조용한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을 때 더 잘 집중하기도 합니다.
숙제를 하는 순서도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어려운 숙제를 먼저하고 좋아하는 숙제를 나중에 하면 아이가 숙제를 완성하기가 쉬워집니다. 아이가 정해진 시간 내에 숙제를 잘 마치면 반드시 칭찬해 주시는 게 중요합니다. 아이들은 부모님께 칭찬을 받고 사랑이 넘치는 관계에서 최선을 다하는데, ADHD 아이들은 더욱 그렇습니다. 칭찬해주시고 격려해주십시오. 칭찬이 특효약입니다. 숙제 시간이 30분 이상 걸릴 때 ADHD 아이들이 집중력을 계속 유지하기는 어렵습니다. 숙제 시간 중간에 휴식 시간을 마련해 주셔야 합니다.
ADHD 아동, 청소년들은 TV나 컴퓨터 게임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경향이 있고 그런 상황에서는 주의 전환이 어렵기 때문에 TV나 컴퓨터 게임하는 시간을 제한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가족이 함께하는 게임이나 교육적인 프로그램은 권할 만합니다. 신체적인 운동이나 음악, 미술, 무용 등 예술적인 활동은 바람직합니다. 그러한 활동들은 모두 자제력과 주의집중력, 정서적 안정감, 시각-운동 협응력 등을 습득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확인된 바는 없지만, 화가이자 조각가, 발명가, 건축가, 해부학자 등 역사적으로 가장 호기심이 많고 창조적인 사람으로 인정받는 레오날도 다빈치가 ADHD가 있어서 모나리자의 눈썹 그리는 것을 빠뜨렸을 거라는 일설도 있습니다. ADHD를 가진 아이들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활동적이어서, 실수도 많이 하지만, 부모님이 조금 더 수용적이고 허용적인 태도를 보여주시고 아이의 장점을 찾아서 칭찬을 해주신다면 창의적이고 도전 정신이 강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신민섭ㅣ소아정신과
서울대학교에서 아동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심리학과 석사학위를, 연세대학교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현재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국내 최초로 "브레인 오아시스" 라는 컴퓨터게임을 이용한 집중력 향상 프로그램 개발, 강박증 인지행동 치료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였습니다. 또한 KBS 스폰지 2.0 <공부잘하는 법>의 고정패널로 출연하여 두뇌 트레이닝법을 강연하며 화제를 모은바 있습니다.
아동, 청소년, 부모 그리고 전문가들을 위한 저술 및 번역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분리불안 자녀를 둔 부모를 위한 <엄마랑 있어야 안심이 돼요>, 초등생 자녀양육지침서 <여덟살의 심리학>을 포함하여 20여권을 책을 출간하였습니다. 그 중 5권 이상이 문화관광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되었으며, 아동서적 분야 베스트셀러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