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세 전문직 여성이 2, 3년전쯤부터는 해야 할 일을 밤 한 두 시에나 마치게 되는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고 했습니다. 앞만 보고 달리던 이 환자는 집중만하면 한 두 시간만에 끝낼 수 있는 일을 최근들어 컴퓨터 앞에 앉아 집중이 되지 않아, 다른 정보만 보다 마감 시간이 되어서야 겨우 정리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평상시 잘 하고 있던 일이 갑자기 부담스러워진다면 일과 몸의 건강에 균형이 깨진 것을 의미합니다.
과거 힘든 시기를 지나 오면서 일의 성취를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시대적 배경도 있지만, 내가 아닌 일 중심의 생활로 성취 자체만을 ‘행복’으로 생각하는 사고 방식은 일과 휴식의 균형을 깨뜨려 이 환자와 같이 과로에 따른 주의력·집중력 감소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런 증상이 점점 진행되면 일을 하는 것이 불안해지고, 일을 마감 기한까지 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러 불안이나 우울감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예방이 필요합니다.
최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하루 13시간 이상 일하는 경우 뇌출혈 발생 위험이 94% 높아지고, 우리나라 직장인 대부분에 해당하는 9~12시간 근무를 하는 경우에도 38% 가량 뇌졸중 위험이 증가했습니다. 또 과로는 혈압, 당뇨, 심부전 위험을 증가시키기도 합니다.

이렇게 평상시 잘하던 일을 서너 배의 시간이 걸려 하게 되는 경우에는 할 일이 생기면 바로 시작하고 해결하는 훈련을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이 많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쫓기거나 다 할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때는 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양해를 구하고 변경시키거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요청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여러 가지 일을 쥐고 고민만 하면 해결할 수 있는 일 한 가지도 제대로 하기 어려워지고 결국 신임을 잃게 되어 돌이킬 수 없는 경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잠자리에 들 때 ‘파김치가 되도록’ 까지가 아니라, 10% 정도의 체력의 여유를 비축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일상에서의 활력과 주의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늦어도 중년에 이르러서는 주 2, 3회 정도 뇌를 비울 수 있는 자신만의 휴식이나 취미, 운동 등 스스로의 몸에 투자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휴식이나 운동을 통해 머리를 비워주면 오히려 똑 같은 일을 좀 더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하게 되어 업무능력이 향상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 전혀 휴식할 수 없는 때도 있다. 이 때는 일하기 힘들어 하는 몸의 요구에 이 일을 꼭 해야만 하는 이유를 스스로에게 납득시키고 가장 힘든 일이 끝난 후에는 반드시 휴식 시간을 갖는 습관을 들여 보세요.
다 아는데 쉽지 않을 때가 있지요. 하지만 일에서의 낭패는 회복 가능하다 하더라도 건강에서의 실패는 돌이킬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늦었다고 생각되는 순간이 가장 빠른 때이니 오늘 당장 하루 일정, 이번 주 일정을 체크해 일과 휴식의 균형을 맞추는 노력을 해 보세요. ‘구술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 니까요.

전공분야 : 가정의학, 건강증진의학, 외국인진료, 노화방지, 영양, 비만
서울대학교병원 건강증진센터와 가정의학과에서 환자를 진료합니다. 최근까지 MBC [라디오 닥터스]를 통해 건강한 아침을 알렸고, 현재 서울신문 [1분건강]으로 국민들의 일일건강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오일혁명 놀라운 지방이야기><영양치료와 건강기능식품><영양치료 가이드><건강 100세 따라하기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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