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병원 건강소식

  • 웹진첫페이지로
  • 서울대학교병원 홈페이지(새창열기)
  • 서울대학교병원 유투브채널(새창열기)
  • 우리 역사 속의 담배
  • 신규컨텐츠 2014/06/18
  • 우리 역사 속의 담배

     



    [담배, 조선에 상륙하다]

    인류의 건강을 해치는 주범 중의 하나인 담배가 우리나라에 상륙한 시기는 16세기 말에서 17세기 초쯤이었습니다. 임진왜란 무렵에 일본인들이 담배를 가져와 전래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담배는 전래 초기에 ‘병든 사람이 피우면 좋다’, ‘술을 깨게 한다’, ‘소화를 잘 되게 한다’ 등의 소문과 함께 약초로 인식되어 빠르게 전파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남쪽에서 전래되어 온 신비스러운 풀이라는 뜻으로 ‘남령초(南靈草)’라 불리다가 얼마 후부터 연기 나는 풀이라고 해서‘연초(煙草)’라 불렸습니다.

    담배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약초보다는 기호품으로 애용되었습니다. 손님을 대접할 때 차나 술 대신 담배를 내놓는 풍습까지 생겼습니다. 담배 피는 사람도 양반만이 아니라 평민, 천민까지 확대되었습니다. 남자는 물론 여자와 아이들까지도 담배를 피웠습니다. 이에 따라 담배로 인한 각종 사회문제가 대두되었습니다. 담배 수요가 늘어나면서 농민들은 집 앞의 텃밭뿐만 아니라 비옥한 논에서까지 담배를 재배하게 되었습니다. 조선시대가 벼농사 중심의 농경사회임을 감안하면 범상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가난한 백성들은 어렵사리 번 돈으로 저축은커녕 담배를 사서 피웠습니다.영조 때 흉년이 들어 관청에서 빈민들에게 쌀을 나누어 준 적이 있었는데, 그들은 배급받은 쌀을 담배로 바꾸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반면에 담배 장사를 통해 떼돈을 버는 사람들도 생겨났습니다. 또한 담뱃불로 인해 민가는 물론 관청에서도 자주 화재가 발생했고, 심한 경우는 몇 개의 읍이 한꺼번에 잿더미로 변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숙종은 한때 금연령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유학자들의 흡연 찬반 논쟁]

    담배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문제는 뭐니뭐니해도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이 사실을 경험에 의해서 점차 깨닫게 되었다. 담배를 오래 피우면 ‘몸에 안 좋다’, ‘내장이 상한다’, ‘눈이 먼다’ 등의 인식이 생겨난 것입니다. 그러자 당시의 유학자들 간에 흡연에 대한 찬반 논쟁이 일어났습니다.

    대학자이자 효종의 장인이었던 장유(張維)는 자신의 저서 《계곡만필(谿谷漫筆)》에서 “담배를 피우면 취한 사람은 술이 깨고, 배고픈 사람은 배가 부르게 된다”고 담배를 예찬했습니다. 반면에 어떤 학자들은 흡연의 폐해를 거론하면서 금연을 주장했습니다.

    저명한 실학자 이익(李瀷)은 자신의 저서 《성호사설(星湖僿說)》에서 흡연의 효용성과 폐해에 대해 자세히 정리했습니다. 그는 “가래가 목에 걸려 떨어지지 않을 때, 비위가 거슬려 침이 흐를 때, 소화가 되지 않아 눕기가 불편할 때” 담배를 피우면 좋고, 추운 겨울에 한기(寒氣)를 막는 데도 유익하다고 언급했습니다. 반면 “안으로는 정신에 해롭고, 밖으로는 귀와 눈을 해치고, 머리카락이 희어지고, 얼굴이 창백해지고, 이가 빠지고, 살이 깎이고, 사람으로 하여금 노쇠하게 한다”고 그 폐해를 열거했습니다. 나아가 담배를 피우면 재물이 소모되고, 할 일이 많은데도 담배를 구하러 다니느라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면서, 흡연을 통해 얻는 것도 있지만 잃는 것이 더 많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습니다.


    우리 역사 속의 담배



    [외국인이 본 한국인들의 담배 사랑]

    개항기에도 한국인들의 흡연은 계속되었습니다. 육영공원 교사를 지낸 길모어(G.W. Gilmore)는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담배는 보편적이어서 아이나 여자들도 피운다. 담배 주머니는 조선 사람들의 옷의 일부여서 그 곳에 부싯돌이나 성냥 등이 들어 있다. 그것이 없이는 결코 밖에 나가지 않는다. 담배나 담뱃대 장수는 미국보다 훨씬 더 흔하다. 담뱃대의 길이를 보면 그 사람의 지위를 알 수 있다는 어느 여행가의 기록은 아주 적절한 지적이다. 관리들은 담뱃대 끝에 손이 닿지 않으므로 성냥으로 불을 붙이지 않는다. 그래서 지체 높은 사람은 하인들이 담배를 채우고 불을 붙인다. 담뱃대에는 온갖 장식들이 부착된다. 담배를 담는 부분과 빨부리는 흔히 금속이다. 가끔 빨부리가 옥으로 되어 있는 것이 있는데 상당히 비싸다. 거의 모든 상점에는 다양한 크기의 담뱃대가 진열되어 있다. 평민들이 사용하는 평범하고도 짧은 것은 대나무로 만든 것이다”


    [나라를 구하려고 금연운동을 벌이다]

    담배는 개항기 우리 역사의 중요 인자로 자주 등장합니다. 예컨대 1907년 대구에서 국채보상운동을 제창한 서상돈 등은 그 취지서에서 “2천만 국민이 3개월 동안 담배를 끊고 그 대금 20전씩을 거둔다면 1,300만 환을 모아서 일본에 진 나라 빚을 갚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당시 미국에서 건너온 장로교, 감리교 선교사들은 한국인들의 흡연을 죄악시하면서 신자들에게 금연을 촉구했습니다. 외국인들이 차린 담배회사들은 양담배 판촉행사의 일환으로 빈 담배갑 10개를 모아오면 공짜로 활동사진을 보여 주었는데, 이것이 한국 영화사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담배를 끊읍시다]

    근래에 나라 안팎에서 담배가 주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흡연자에게 상당히 관대한 도시였던 홍콩이 공공장소에서 금연법을 시행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싱가포르 답배갑의 끔찍한 사진들이 인터넷 세상을 떠돌며 네티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습니다. 폐암으로 숨진 애연가와 그 가족이 KT&G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결국 흡연자의 입지가 점점 더 좁아지고 있는 것이 시대적인 추세입니다. 이렇게 계속 궁지로 떠밀리느니 차라리 금연을 약속하고 실천에 옮기면 어떨까요?



    의학역사문화원 김상태 교수





    서울대학교에서 한국근현대사를 전공하고 문학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005년부터 흥미진진하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한국근대의료사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주요 저서로는<사진과 함께 보는 한국근현대의료사><제중원 이야기>등이 있습니다.

    <역사로 보는 의학>에서는 우리 역사 속 무심코 지나쳤던 이야기 거리들을 의학과 접목하여 흥미진진하게 풀어봅니다.   

  • 목록보기
건강소식 메뉴 및 컨텐츠
건강소식 컨텐츠
우리 역사 속의 담배
신규컨텐츠 2014/06/18

우리 역사 속의 담배

 



[담배, 조선에 상륙하다]

인류의 건강을 해치는 주범 중의 하나인 담배가 우리나라에 상륙한 시기는 16세기 말에서 17세기 초쯤이었습니다. 임진왜란 무렵에 일본인들이 담배를 가져와 전래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담배는 전래 초기에 ‘병든 사람이 피우면 좋다’, ‘술을 깨게 한다’, ‘소화를 잘 되게 한다’ 등의 소문과 함께 약초로 인식되어 빠르게 전파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남쪽에서 전래되어 온 신비스러운 풀이라는 뜻으로 ‘남령초(南靈草)’라 불리다가 얼마 후부터 연기 나는 풀이라고 해서‘연초(煙草)’라 불렸습니다.

담배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약초보다는 기호품으로 애용되었습니다. 손님을 대접할 때 차나 술 대신 담배를 내놓는 풍습까지 생겼습니다. 담배 피는 사람도 양반만이 아니라 평민, 천민까지 확대되었습니다. 남자는 물론 여자와 아이들까지도 담배를 피웠습니다. 이에 따라 담배로 인한 각종 사회문제가 대두되었습니다. 담배 수요가 늘어나면서 농민들은 집 앞의 텃밭뿐만 아니라 비옥한 논에서까지 담배를 재배하게 되었습니다. 조선시대가 벼농사 중심의 농경사회임을 감안하면 범상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가난한 백성들은 어렵사리 번 돈으로 저축은커녕 담배를 사서 피웠습니다.영조 때 흉년이 들어 관청에서 빈민들에게 쌀을 나누어 준 적이 있었는데, 그들은 배급받은 쌀을 담배로 바꾸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반면에 담배 장사를 통해 떼돈을 버는 사람들도 생겨났습니다. 또한 담뱃불로 인해 민가는 물론 관청에서도 자주 화재가 발생했고, 심한 경우는 몇 개의 읍이 한꺼번에 잿더미로 변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숙종은 한때 금연령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유학자들의 흡연 찬반 논쟁]

담배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문제는 뭐니뭐니해도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이 사실을 경험에 의해서 점차 깨닫게 되었다. 담배를 오래 피우면 ‘몸에 안 좋다’, ‘내장이 상한다’, ‘눈이 먼다’ 등의 인식이 생겨난 것입니다. 그러자 당시의 유학자들 간에 흡연에 대한 찬반 논쟁이 일어났습니다.

대학자이자 효종의 장인이었던 장유(張維)는 자신의 저서 《계곡만필(谿谷漫筆)》에서 “담배를 피우면 취한 사람은 술이 깨고, 배고픈 사람은 배가 부르게 된다”고 담배를 예찬했습니다. 반면에 어떤 학자들은 흡연의 폐해를 거론하면서 금연을 주장했습니다.

저명한 실학자 이익(李瀷)은 자신의 저서 《성호사설(星湖僿說)》에서 흡연의 효용성과 폐해에 대해 자세히 정리했습니다. 그는 “가래가 목에 걸려 떨어지지 않을 때, 비위가 거슬려 침이 흐를 때, 소화가 되지 않아 눕기가 불편할 때” 담배를 피우면 좋고, 추운 겨울에 한기(寒氣)를 막는 데도 유익하다고 언급했습니다. 반면 “안으로는 정신에 해롭고, 밖으로는 귀와 눈을 해치고, 머리카락이 희어지고, 얼굴이 창백해지고, 이가 빠지고, 살이 깎이고, 사람으로 하여금 노쇠하게 한다”고 그 폐해를 열거했습니다. 나아가 담배를 피우면 재물이 소모되고, 할 일이 많은데도 담배를 구하러 다니느라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면서, 흡연을 통해 얻는 것도 있지만 잃는 것이 더 많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습니다.


우리 역사 속의 담배



[외국인이 본 한국인들의 담배 사랑]

개항기에도 한국인들의 흡연은 계속되었습니다. 육영공원 교사를 지낸 길모어(G.W. Gilmore)는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담배는 보편적이어서 아이나 여자들도 피운다. 담배 주머니는 조선 사람들의 옷의 일부여서 그 곳에 부싯돌이나 성냥 등이 들어 있다. 그것이 없이는 결코 밖에 나가지 않는다. 담배나 담뱃대 장수는 미국보다 훨씬 더 흔하다. 담뱃대의 길이를 보면 그 사람의 지위를 알 수 있다는 어느 여행가의 기록은 아주 적절한 지적이다. 관리들은 담뱃대 끝에 손이 닿지 않으므로 성냥으로 불을 붙이지 않는다. 그래서 지체 높은 사람은 하인들이 담배를 채우고 불을 붙인다. 담뱃대에는 온갖 장식들이 부착된다. 담배를 담는 부분과 빨부리는 흔히 금속이다. 가끔 빨부리가 옥으로 되어 있는 것이 있는데 상당히 비싸다. 거의 모든 상점에는 다양한 크기의 담뱃대가 진열되어 있다. 평민들이 사용하는 평범하고도 짧은 것은 대나무로 만든 것이다”


[나라를 구하려고 금연운동을 벌이다]

담배는 개항기 우리 역사의 중요 인자로 자주 등장합니다. 예컨대 1907년 대구에서 국채보상운동을 제창한 서상돈 등은 그 취지서에서 “2천만 국민이 3개월 동안 담배를 끊고 그 대금 20전씩을 거둔다면 1,300만 환을 모아서 일본에 진 나라 빚을 갚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당시 미국에서 건너온 장로교, 감리교 선교사들은 한국인들의 흡연을 죄악시하면서 신자들에게 금연을 촉구했습니다. 외국인들이 차린 담배회사들은 양담배 판촉행사의 일환으로 빈 담배갑 10개를 모아오면 공짜로 활동사진을 보여 주었는데, 이것이 한국 영화사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담배를 끊읍시다]

근래에 나라 안팎에서 담배가 주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흡연자에게 상당히 관대한 도시였던 홍콩이 공공장소에서 금연법을 시행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싱가포르 답배갑의 끔찍한 사진들이 인터넷 세상을 떠돌며 네티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습니다. 폐암으로 숨진 애연가와 그 가족이 KT&G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결국 흡연자의 입지가 점점 더 좁아지고 있는 것이 시대적인 추세입니다. 이렇게 계속 궁지로 떠밀리느니 차라리 금연을 약속하고 실천에 옮기면 어떨까요?



의학역사문화원 김상태 교수





서울대학교에서 한국근현대사를 전공하고 문학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005년부터 흥미진진하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한국근대의료사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주요 저서로는<사진과 함께 보는 한국근현대의료사><제중원 이야기>등이 있습니다.

<역사로 보는 의학>에서는 우리 역사 속 무심코 지나쳤던 이야기 거리들을 의학과 접목하여 흥미진진하게 풀어봅니다.   

인쇄하기
  • 진료안내 국번없이 1588-5700 건강검진 2072-3333 강남검진센터 02-2112-5500 copyright seoul national university hospital all rights reserved. 라이센스현황 블로그 운영원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