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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스버킷 챌린지 열풍과 ALS(루게릭병)
  • 이달의 건강정보 2014/09/18
  • “나는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습니다”

    1939년 7월 4일, 미국 양키스 스타디움에서 뉴욕 양키스 선수로써 17년간 뛰었으며, 통산 타율 3할3푼, 통산 493개의 홈런을 남긴 전설적인 야구선수가 은퇴하면서 남긴 말입니다. 그는 이후 2년뒤에 38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하게 되었고, 그가 남긴 명언은 아직까지도 그를 기억하는 이들에게서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2014년 여름 ‘아이스버킷 챌린지’ 열풍이 불면서 이 루게릭병이 전세계적으로 다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호날두, 네이마르 같은 슈퍼스타를 비롯해서 빌게이츠, 주커버그 같은 CEO도 참여하였고, 국내에도 전파되어 연예인과 운동 선수, 정치인들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미국 루게릭병 협회에서 모금을 위한 이벤트로 시작된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지목을 받은 사람이 24시간 이내에 100달러를 기부하거나 얼음물을 뒤집어써야 하며, 이후 그 사람이 다시 또 다른 세 명을 지목하는 식으로 참여가 늘어나게 되는 이벤트입니다. 최근 참여가 늘어나면서 연예인의 홍보수단 등으로 변질된다는 등의 우려 섞인 시선도 있지만, 미국 ALS협회에 모인 금액이 불과 수일 만에 작년 한 해에 걷은 수익을 총액을 훌쩍 넘어 최근에는 7천만불도 넘었다고 하니 SNS를 통한 기부문화 확산의 위력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는 대단한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기부운동의 시발점이 된 루게릭병이라는 질환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루게릭병의 정식 명칭은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으로, 척수의 가장 자리 쪽에 위치하고 있는 운동신경이 원인을 모르게 점차 빠른 손상이 진행되어 근육 위축 등의 이차적인 변화를 보인다는 의미이며, 이 질환의 원인 등을 명확히 모르기 때문에 병리적인 소견을 바탕으로 처음 이름이 지어지게 되었으나 용어가 어려워 보통 “루게릭병” 혹은 영어의 약자를 따서 “ALS”라고 부릅니다.

    사람이 움직이고, 말하고, 음식을 삼키고, 숨을 쉬는 등의 모든 행동은 움직임이 있어야 가능하고 움직임은 운동신경으로부터 신호가 전달되어야 가능합니다. 루게릭병은 이러한 운동신경이 점차 소실되면서 팔, 다리에 힘이 약해지고, 발음이 어눌해지며, 식사할 때 사레가 들리고 숨이 차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보통 감각은 정상이고, 병의 말기에 이르기까지 의식은 또렷이 유지되는 게 특징적입니다. 뇌와 척수에 있는 운동신경을 상위 운동신경이라고 하며, 척수의 전각세포라는 곳에서부터 시작되어 팔, 다리 등으로 이어지는 신경을 하위 운동신경이라고 하는데 이 운동신경들을 침범하는 질환을 모두 “운동신경원 질환(motor neuron disease)”이라고 일컫습니다. 운동신경원 질환에도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으나 대표적인 질환이 상위 운동신경과 하위 운동신경을 모두 침범하는 ALS, 즉 루게릭병이어서 보통 ‘운동신경원 질환’은 루게릭병과 동의어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루게릭병 환자에서 처음 나타나는 증상은 힘이 없어지는 것인데, 보통 한쪽 팔, 다리 등에서 힘이 빠지기 시작하여 이후 점차 진행해서 반대쪽 팔, 다리 등에도 힘이 빠지게 되고 발음이 어눌해지거나 숨이 차는 증상도 동반하게 됩니다. 어떤 환자에서는 팔, 다리의 힘이 약해지는 것보다 발음, 호흡 등에서 먼저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근육이 꿈틀거리는 증상(근연축이라고 부름)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병이 진행함에 따라 팔, 다리 등의 근육에 위축이 와서 마르고 앙상한 체형으로 변하게 되나, 이 질환에서 보이는 근육 위축은 못 움직이는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이차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지(마치 뼈가 부러진 환자에서 깁스를 오래하고 있다가 풀면, 움직이지 않고 있던 근육이 위축이 오는 것과 비슷함), 이 질환 자체의 일차적인 원인은 아니기 때문에 근육병과는 엄연히 구분되는 질환입니다. 말초신경병이나 척수질환 등도 루게릭병과는 다른 질환들로 감별해야 하는 질환들입니다.

    전세계적으로 발생률은 비슷해서 해마다 인구 10만명당 2-3명 정도에서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병의 발생자체가 결코 적다고만은 할 수 없으나 워낙 치명적인 질환으로 보통 3-4년 이내에 호흡부전 등의 증상으로 사망하게 되어 질환의 유병률은 발생 숫자에 비해서는 적은 것처럼 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루게릭병의 진단은 경험 있는 신경과 의사에 의한 임상적인 진찰이 가장 중요하며, 근전도 검사, MRI 촬영 등의 검사 소견과 종합하여 진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루게릭병이라고 100% 확진을 하기 위해서는 조직검사를 하여 운동신경의 퇴화를 확인해야 하나 살아있는 환자에서 조직을 얻어 검사를 시행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세계의 신경과 의사들이 1990년대에 스페인의 엘 에스코리얼(El Escorial) 지역에 모여 논의를 한 후 진단기준을 제시하였고, 2000년에 개정된 “엘 에스코리얼 진단기준”이 현재까지 가장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진단기준을 만족하는 환자도 유사한 증상을 일으키는 다른 질환을 먼저 배재하는 것이 루게릭병의 진단을 위해서 가장 중요하며, 실제로 서울대학교병원에서도 근육병 등 다른 질환과 감별이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이 질환을 진행을 막거나 다시 좋아지게 할 수 있는 치료약은 없는 상태이고, “릴루텍”이라고 부르는 약이 생존기간을 3-4개월 정도 연장시켜 주는 효과가 보고되어 1996년에 미국 FDA 승인된 이후 전세계에서 쓰여지고 있습니다. 대개 치료제가 개발되기 위해서는 병이 발생하는 발병원인, 기전에 대한 규명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루게릭병의 발병기전, 과정 등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10년 사이에 루게릭병의 발병기전, 치료 등에 대한 연구의 규모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지고 있고 세계적인 협동 연구 등도 이루어지고 있어서 근시일 내에 루게릭병의 치료제가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물론 루게릭병 환자를 진료하고 연구하는 의사들의 책임이 그만큼 막중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성정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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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버킷 챌린지 열풍과 ALS(루게릭병)
이달의 건강정보 2014/09/18

“나는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습니다”

1939년 7월 4일, 미국 양키스 스타디움에서 뉴욕 양키스 선수로써 17년간 뛰었으며, 통산 타율 3할3푼, 통산 493개의 홈런을 남긴 전설적인 야구선수가 은퇴하면서 남긴 말입니다. 그는 이후 2년뒤에 38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하게 되었고, 그가 남긴 명언은 아직까지도 그를 기억하는 이들에게서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2014년 여름 ‘아이스버킷 챌린지’ 열풍이 불면서 이 루게릭병이 전세계적으로 다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호날두, 네이마르 같은 슈퍼스타를 비롯해서 빌게이츠, 주커버그 같은 CEO도 참여하였고, 국내에도 전파되어 연예인과 운동 선수, 정치인들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미국 루게릭병 협회에서 모금을 위한 이벤트로 시작된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지목을 받은 사람이 24시간 이내에 100달러를 기부하거나 얼음물을 뒤집어써야 하며, 이후 그 사람이 다시 또 다른 세 명을 지목하는 식으로 참여가 늘어나게 되는 이벤트입니다. 최근 참여가 늘어나면서 연예인의 홍보수단 등으로 변질된다는 등의 우려 섞인 시선도 있지만, 미국 ALS협회에 모인 금액이 불과 수일 만에 작년 한 해에 걷은 수익을 총액을 훌쩍 넘어 최근에는 7천만불도 넘었다고 하니 SNS를 통한 기부문화 확산의 위력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는 대단한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기부운동의 시발점이 된 루게릭병이라는 질환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루게릭병의 정식 명칭은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으로, 척수의 가장 자리 쪽에 위치하고 있는 운동신경이 원인을 모르게 점차 빠른 손상이 진행되어 근육 위축 등의 이차적인 변화를 보인다는 의미이며, 이 질환의 원인 등을 명확히 모르기 때문에 병리적인 소견을 바탕으로 처음 이름이 지어지게 되었으나 용어가 어려워 보통 “루게릭병” 혹은 영어의 약자를 따서 “ALS”라고 부릅니다.

사람이 움직이고, 말하고, 음식을 삼키고, 숨을 쉬는 등의 모든 행동은 움직임이 있어야 가능하고 움직임은 운동신경으로부터 신호가 전달되어야 가능합니다. 루게릭병은 이러한 운동신경이 점차 소실되면서 팔, 다리에 힘이 약해지고, 발음이 어눌해지며, 식사할 때 사레가 들리고 숨이 차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보통 감각은 정상이고, 병의 말기에 이르기까지 의식은 또렷이 유지되는 게 특징적입니다. 뇌와 척수에 있는 운동신경을 상위 운동신경이라고 하며, 척수의 전각세포라는 곳에서부터 시작되어 팔, 다리 등으로 이어지는 신경을 하위 운동신경이라고 하는데 이 운동신경들을 침범하는 질환을 모두 “운동신경원 질환(motor neuron disease)”이라고 일컫습니다. 운동신경원 질환에도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으나 대표적인 질환이 상위 운동신경과 하위 운동신경을 모두 침범하는 ALS, 즉 루게릭병이어서 보통 ‘운동신경원 질환’은 루게릭병과 동의어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루게릭병 환자에서 처음 나타나는 증상은 힘이 없어지는 것인데, 보통 한쪽 팔, 다리 등에서 힘이 빠지기 시작하여 이후 점차 진행해서 반대쪽 팔, 다리 등에도 힘이 빠지게 되고 발음이 어눌해지거나 숨이 차는 증상도 동반하게 됩니다. 어떤 환자에서는 팔, 다리의 힘이 약해지는 것보다 발음, 호흡 등에서 먼저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근육이 꿈틀거리는 증상(근연축이라고 부름)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병이 진행함에 따라 팔, 다리 등의 근육에 위축이 와서 마르고 앙상한 체형으로 변하게 되나, 이 질환에서 보이는 근육 위축은 못 움직이는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이차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지(마치 뼈가 부러진 환자에서 깁스를 오래하고 있다가 풀면, 움직이지 않고 있던 근육이 위축이 오는 것과 비슷함), 이 질환 자체의 일차적인 원인은 아니기 때문에 근육병과는 엄연히 구분되는 질환입니다. 말초신경병이나 척수질환 등도 루게릭병과는 다른 질환들로 감별해야 하는 질환들입니다.

전세계적으로 발생률은 비슷해서 해마다 인구 10만명당 2-3명 정도에서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병의 발생자체가 결코 적다고만은 할 수 없으나 워낙 치명적인 질환으로 보통 3-4년 이내에 호흡부전 등의 증상으로 사망하게 되어 질환의 유병률은 발생 숫자에 비해서는 적은 것처럼 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루게릭병의 진단은 경험 있는 신경과 의사에 의한 임상적인 진찰이 가장 중요하며, 근전도 검사, MRI 촬영 등의 검사 소견과 종합하여 진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루게릭병이라고 100% 확진을 하기 위해서는 조직검사를 하여 운동신경의 퇴화를 확인해야 하나 살아있는 환자에서 조직을 얻어 검사를 시행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세계의 신경과 의사들이 1990년대에 스페인의 엘 에스코리얼(El Escorial) 지역에 모여 논의를 한 후 진단기준을 제시하였고, 2000년에 개정된 “엘 에스코리얼 진단기준”이 현재까지 가장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진단기준을 만족하는 환자도 유사한 증상을 일으키는 다른 질환을 먼저 배재하는 것이 루게릭병의 진단을 위해서 가장 중요하며, 실제로 서울대학교병원에서도 근육병 등 다른 질환과 감별이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이 질환을 진행을 막거나 다시 좋아지게 할 수 있는 치료약은 없는 상태이고, “릴루텍”이라고 부르는 약이 생존기간을 3-4개월 정도 연장시켜 주는 효과가 보고되어 1996년에 미국 FDA 승인된 이후 전세계에서 쓰여지고 있습니다. 대개 치료제가 개발되기 위해서는 병이 발생하는 발병원인, 기전에 대한 규명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루게릭병의 발병기전, 과정 등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10년 사이에 루게릭병의 발병기전, 치료 등에 대한 연구의 규모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지고 있고 세계적인 협동 연구 등도 이루어지고 있어서 근시일 내에 루게릭병의 치료제가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물론 루게릭병 환자를 진료하고 연구하는 의사들의 책임이 그만큼 막중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성정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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