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영화 007은 1962년 제 1편 살인면허가 소개된 이래 무려 5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전설적인 첩보 스릴러입니다. 007 시리즈는 2009년 최근작까지 공식적으로는 22편 까지 나와 있는데 이러한 기록은 아마 앞으로도 영화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영국 정보국 M국(해외특수공작 담당) 소속의 첩보원 M16 즉 007이 만들어진 것은 영국 작가 이안 플레밍(Ian Fleming, 1908-1964)에 의해서였습니다. 그의 소설에 근거하여 지금까지 만들어진 007 시리즈 22편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007의 대명사로도 불리는 숀 코넬리가 주연한 살인번호(1편, 1962), 위기일발(2편, 1963), 골드핑거(3편, 1964), 썬더볼(4편, 1965), 두 번 산다(5편, 1967), 다이아몬드는 영원히(7편, 1971) 등이 있습니다. 1969년에 발표된 6편 여왕폐하 대작전은 조지 레전비란 배우가 단 한번 007 역을 맡아 상영됐습니다. 숀 코넬리는 그 후 1983년 네버세이 네버어게인이라는 다른 제작자가 제작한 007물에 출연하여 당시 공식적인 007 시리즈인 옥토퍼시와 경쟁 관계에 서기도 했습니다. ·
그리고 숀 코넬리 다음으로 007 이미지를 짙게 풍겼던 배우로 로저 무어가 있습니다. 제 3 대 007이 되는 로저 무어는 죽느냐 사느냐(8편 1973)을 시작으로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9편, 1974), 나를 사랑한 스파이(10편, 1977), 문레이커(11편, 1979), 포 유어 아이즈 온리(12편, 1981), 옥토퍼시(13편, 1983), 뷰 투 어 킬(14편, 1985) 등 무려 7편에서 본드 역을 맡았습니다. 로버 무어에 이어 티모시 달톤이라는 배우가 리빙 데이라이트(15편, 1987), 살인면허(16편, 1989) 두편의 007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지만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습니다.
그다음 등장한 5대 제임스 본드인 피어스 브로스넌은 비교적 선전했습니다. 그는 한 동안 공백 후에 1995년 재등장한 골든아이(17편)를 시작으로 네버다이(18편, 1997), 언리미티드(19편, 1999), 어나더데이(20편, 2000) 등 총 4편에서 활약했습니다. 가장 최근으로는 전통적 제임스본드 이미지와는 조금 벗어난 실제(?) 첩보원 풍의 대니얼 크레이그라는 배우가 등장했습니다. 그는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 21편, 2006)에 이어 퀀텀 오브 솔라스(Quantum of Solace, 22편, )로 제임스 본드로서의 새로운 이미지를 조금씩 구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영화는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서 시작됩니다. 그곳에서 부패한 M16의 현지 책임자과 그의 정보원을 성공적으로 제거한 제임스 본드는 마침내 영국정보국의 공식적인 살인면허를 얻게 되는 007로 불리게 됩니다. 이어서 무대는 아프리카의 우간다로 바뀐다. 세계적 범죄 조직인 퀀텀의 주요 멤버인 화이트는 자신의 불법자금을 해외로 빼돌리고자 하는 우간다 현지 게릴라 조직의 우두머리인 오바노(Obanno)를 금융가 르 쉬프르(매즈 미켈슨 분)에게 소개시켜 줍니다. 르 쉬프르는 이런 불법자금을 전문으로 다루는 인물입니다. 그는 알바니아 출신으로 체스 챔피언이자 포커에도 미쳐있는 수학천재입니다.
오바노는 자금 운용의 안전성을 강조하고 르 쉬프르는 이런 그에게 안전에 대한 보장을 해 줍니다. 그러나 실제 르 쉬프르는 이러한 자금을 이용하여 특정 회사의 주식을 공매한 이후, 테러를 통해 회사를 망하게 함으로써 막대한 이익을 불법으로 챙기는 국제테러조직의 주범이었습니다.
한편 제임스 본드는 007이 되고 나서 첫 임무로 국제 테러조직의 자금원을 밝힐 목적으로 아프리카 동남부의 섬나라 마다가스카르로 갑니다. 그곳에서 본드는 테러용 폭탄을 제조하는 범인을 집요한 추격전 끝에 제 3국의 대사관까지 따라 들어가 제거합니다. 그러나 그 와중에 대사관까지 폭파하여 큰 물의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어쨌든 본드는 죽은 범인의 핸드폰에서 바하마에 있는 디미트리오스(시몬 압카리안 분)라는 사람에게서 받은 메일을 발견합니다.
디미트리오스는 사실 르 쉬프르와 연결된 사람으로 르 쉬프르의 테러에 필요한 사람과 무기를 공급해 주는 중간책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르 쉬프르의 계획에 의해 그가 주식을 조작하고 있는 한 항공사의 새롭게 출시된 항공기를 폭파시킴으로써 회사를 일시에 망하게 하려는 계획을 짜고 있었습니다. 바하마로 날라 간 본드는 디미트리오스가 마이애미 공항으로 간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그를 추적합니다. 결국 마이애미 공항에서 본드는 항공기 폭발을 앞둔 디미트리오스와 그의 테러 하수인을 제거하면서 르쉬프르의 계획을 일시에 무산시킵니다.
본드 때문에 테러 계획이 실패로 끝나 무려 1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그대로 날리게 된 르 쉬프르는 자금주들의 보복을 두려워 한 나머지 돈을 구하기 위하여 한 가지 아이디어를 냅니다. 즉 몬테네그로 카지노 로얄에서 10명의 도박가들을 모집한 뒤 각자 천오백 달러씩의 배팅 금액 한도 내에서 무제한 게임을 통하여 1억 5천 달러를 조달할 계획을 세운 것입니다. 그는 그만큼 포커에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영국정보국의 책임자 M(쥬디 덴치 분)은 이러한 정보를 입수하고 본드에게 정부의 돈으로 포커 게임에 참여하게 합니다. 그녀의 목적은 포커 게임에서 이겨 르 쉬프르를 빈털터리로 만든 다음 신변보호를 구실로 테러조직의 실체에 대한 정보를 얻어 내는 것이었습니다.
본드는 몬테네그로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그에게 도박 자금을 주기 위하여 파견된 영국 재무성 소속의 베스퍼(에바 그린 분)라는 여자를 만나고 첫눈에 호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 베스퍼야 말로 본드가 007로써 처음 사랑하게 되는 여자였습니다.
몬테네그로에 도착한 본드는 영국정보국의 현지 요원인 마티스(지안카를로 지아니니 분)를 만나 현지 정보를 얻습니다. 마침내 포커 게임이 시작되고. 본드는 노련한 르 쉬프르의 계략에 말려 처음 준비한 천만 달러를 모두 잃고 맙니다. 게임 결과에 실망한 베스퍼는 추가로 오백만 달러를 지급하기를 거절합니다. 그 때 게임 참가자의 한 사람이 본드에게 다가와 자기는 사실 미국 CIA 요원인 라이터(제프리 라이트 분)라고 소개하면서 자기의 자금을 도박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은 본드에게 넘길 것이니 게임을 계속할 것을 권유합니다. 그가 내세운 조건은 대신 르 쉬프르를 CIA에 넘기는 것이었습니다.
본드는 이 조건에 동의하고 게임은 재개됩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르 쉬프르가 애인을 시켜 본드가 마시는 칵테일에 몰래 독을 타게 합니다. 그러나 죽음 일보 직전에서 베스퍼의 도움으로 간신히 고비를 넘긴 본드는 다시 게임에 참여하고, 마침내 승리합니다.
그날 저녁 본드는 베스퍼와 함께 승리의 자축연을 가집니다. 그러나 베스퍼는 그 직후 괴한들에게 납치되고 이를 추격하던 본드마저 르 쉬프르 일당에게 잡히고 맙니다. 르 쉬프르의 혹독한 고문에 시달리는 중에 갑자기 화이트란 자가 나타나 돈을 멋대로 사용하여 조직의 신뢰를 떨어뜨린 사람은 살려 둘 수 없다면서 르 쉬프르를 총으로 쏘아 죽입니다. 혼란의 와중에서 본드와 베스퍼는 기적적으로 살아납니다. 병원에서 깨어난 본드는 현지 영국정보국 요원인 마티스를 체포할 것을 부탁합니다. 르 쉬프르가 죽기 전 마티스가 사실은 그들을 위하여 일하는 이중첩자라고 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건이 마무리된 뒤 본드는 베스퍼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M에게 사직서를 제출합니다. 그리고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휴가를 보내며 베스퍼와의 평범한 행복을 꿈꿉니다. 그러나 뜻밖에 그가 도박에서 딴 자금이 정부 계좌로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알고 보니 베스퍼가 알바니아인 옛 애인을 위해 그 돈을 은행에서 빼돌린 것이었습니다. 사실 그녀는 옛 애인을 납치한 범죄 조직의 협박에 못 이겨 그를 살리기 위해 돈을 넘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본드의 추격에 협박범들은 본드에 의해 모두 죽고 베스퍼도 죄책감에 스스로 죽음을 택합니다. 이 범죄 조직의 막후 인물인 화이트는 이 와중에 베스퍼가 빼돌린 돈을 가지고 유유히 사라집니다.
베스퍼의 죽음에 아랑곳없이 본드는 그녀의 배신에 큰 좌절감을 느낍니다. 그러나 나중에 M을 통해 본드가 테러조직에 납치되었을 때 그를 살려 주는 조건으로 화이트가 계획한 이런 거래에 동의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결국 그녀는 희생양이 된 셈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본드는 베스퍼가 자기를 위해 화이트를 찾을 수 있도록 그녀의 핸드폰에 화이트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남겨 놓은 것을 발견합니다. 호숫가 대저택에서 은신 중인 화이트는 예상치 않게 나타난 본드의 총에 다리를 맞고, 본드가 특유의 어투로 자기를 밝히면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이 영화에서는 상당히 흥미 있는 의료장치 하나가 극중에서 제임스 본드를 위기에서 살리는 결정적인 도구로 등장합니다. 바로 자동제세동기(自動除細動器, automatic external defibrillator, AED)라는 이름의 의료기기로 국내에서도 응급 심장정지 환자를 극적으로 구할 수 있는 효과적인 장치로서 최근 매스컴을 통해서 종종 소개되고 있는 제품입니다.
영화에서 자동제세동기가 나오는 장면은 제임스 본드가 르 쉬프르와 운명을 건 카드도박을 하고 있는 카지노 로얄에서입니다. 카드도박이 열기를 더하는 도중에 르 쉬프르는 애인을 시켜 본드가 주문한 칵테일에 몰래 심장정지를 일으키는 독을 타게 합니다(사진 2).
간신히 목숨을 구한 본드는 몸을 추스런 뒤 태연히 도박장으로 다시 들어오고 이를 본 르 쉬프르는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심장마비라고도 부르는 급성심장정지(cardiac arrest)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심장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 상태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심정지의 개념에 일치되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심정지의 또 다른 형태에는 심장이 움직이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 몸의 순환을 유지할 수 있는 의미있는 박동은 만들지 못하는 상태가 있습니다. 심장의 궁극적인 목적은 말초 조직에 필요한 혈액을 내뿜는 것인데 이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면 심정지나 다름없는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이 경우의 심장은 힘찬 정상적인 박동 대신 마치 벌레가 꿈틀거리는 듯한 미세한 움직임만을 보이기 때문에 학술용어로는 세동(細動, fibrillation)이라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또 심실이 병적으로 너무 빨리 뛰어 제대로 된 박동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맥박이 없는 심실빈맥(pulseless ventricular tachycardia)도 심실세동과 같은 결과를 낳습니다. 영화에서 본드의 상태는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됩니다.
자동제세동기는 바로 이런 심실세동이나 맥박이 없는 심실빈맥과 같은 심정지의 두 번째 형태에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응급치료 도구입니다. 즉 심장에 치료용 전류를 흘려 심장의 리듬을 정상으로 회복시켜 주는 장치입니다. 제세동기라는 용어 자체도 세동을 제거해 주는 기계라는 뜻이며, 앞에 붙은 자동이라는 말은 병원에서 흉부외과의사 같은 전문 의료인력이 사용하는 수동 제세동기와 달리 일반인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완전 자동화된 장치라는 뜻이 됩니다. 또 제세동기의 영어 명칭 AED(Automatic External Defibrillator)에 들어 있는 외부(external)이라는 용어는 심장정지가 일어날 확률이 높은 환자에서 체내에 미리 삽입해 두는 내부형 제세동기와 구별을 하기 위한 단어라고 보면 됩니다.
심정지 상태에서 우리 몸은 불과 5분만 경과하더라도 심각한 비가역적 뇌손상의 위험에 노출되게 됩니다. 따라서 이런 환자들을 발견하면 즉시 적절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여야 하는데, 이때 주위에 자동제세동기가 있으면 즉각 이를 사용하여야만 합니다. 해당 환자의 상태가 제세동기가 필요한 심장정지인지 아닌지는 제세동기 패드를 가슴에 연결하면 기계에서 자동으로 판단해 주게 됩니다. 영화에서 본드는 심폐소생술의 도움 없이 제세동기만으로 심정지 상태에서 회복되는 것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이는 영화에서처럼 미리 본인이 심장정지가 생길 것을 예상하고 자동제세동기를 가슴에 부착해 놓은 경우라야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실제 현실에서는 이런 상황이 생길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심정지 환자가 반드시 적절한 심폐소생술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공항, 역사, 대형 쇼핑몰 등 공공장소에서 자동제세동기 표시가 된 보관함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동제세동기의 사용법도 장치에 붙어 있는 안내서만 보면 누구나 바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혹시 사전에 제세동기에 대한 개념을 잡기 위해서라면 웬만한 인터넷 검색으로 쉽게 그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자동제세동기는 그렇지 않으면 귀한 생명을 잃을 수밖에 없는 거리의 응급환자들을 극적으로 살릴 수 있는 마법의 장치입니다. 그러나 이런 장치 역시 주위 사람의 도움들이 없으면 무용지물이 되고 맙니다. 영화에서 베스퍼가 죽기 일보 직전의 007을 구해 내듯, 여러분들도 간단한 상식을 가지고 어느 날 주변 사람을 기적처럼 살려낼 수가 있는 것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