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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금년은 10간 12지상 임진년(壬辰年)으로 역학적으로는 흑룡의 해에 해당된다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용에 대해 이야기를 한 번 해 보도록 할까요.
이 영화를 만든 저메스키 감독은 1980년대 세계적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백투더퓨처(Back to the Future) 시리즈를 비롯하여 ‘누가 로저래빗을 모함했나(Who framed Roger Rabbit, 1988),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 1994), 폴라 익스프레스(Polar Express, 2004), 크리스마스 캐롤(A Christmas Carrol, 2009) 등으로 우리에게도 매우 친숙한 거장입니다. 아카데미 감독상까지 수상한 그는 일부 비평가들로부터는 특수효과에만 관심이 있는 감독으로 비판받기도 하나 대체적으로는 영화 발전을 위해 의미 있는 시도를 하고 있는 감독으로 평단의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영화 <베오울프>의 기본 내용은 신과 인간, 괴물과 영웅이 공존하는 혼돈의 시대에 덴마크를 무대로 기트족의 지도자 베오울프가 식인괴물 그렌델, 그렌델의 어머니,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베오울프 자신의 아들이기도 한 불 뿜는 용 등 3명의 상대와 차례차례로 벌이는 싸움을 그린 것입니다.
서기 507년 덴마크의 흐로드가르(Hrothgar, 안소니 홉킨스 분)왕은 전투에서의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대연회장 헤롯에서 신하들과 함께 질펀한 주연을 벌입니다. 그런데 인근에 살면서 소음을 매우 싫어하는 괴물 그렌델(크리스핀 글로버 분)이 연회장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견디다 못해 이곳을 습격합니다. 그렌델은 연회장안의 많은 사람들을 무참히 학살하나 이상하게도 흐로드가르 왕만은 해치지 않습니다. 사실 그렌델은 그의 괴물 어머니와 흐로드가르 왕 사이에서 불륜으로 생긴 반인반수의 사생아였던 것입니다.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젊은 왕비 웰쏘우(로빈 라이트 분)는 평소 왕에 대해 강한 반감을 가집니다.
어쨌든 흐로드가르 왕은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 총신 운페르드(존 말코비치 분)에게 대연회장을 폐쇄할 것을 명령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그렌델을 처치하는 영웅에게는 왕국 황금의 절반을 포상금으로 줄 것이라고 공표합니다. 그러나 수많은 영웅들이 황금을 노리고 그렌델과 싸우러 왔지만 모두 속절없이 목숨을 잃고 맙니다.
마침내 기트족(현재 스웨덴 지역에 살던 민족)의 젊은 영웅 베오울프(레이 윈스턴 분)가 그렌델과 맞서기 위해 부하들과 함께 덴마크에 도착합니다. 그는 우선 폐쇄하였던 대연회장을 다시 열도록 하고 그곳에서 부하들의 노래로 그렌델을 유인합니다. 또 다시 들려오는 소음에 발끈한 그렌델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연회장을 습격하기 위해 나타납니다. 그러나 베오울프의 용맹함에 그만 팔 하나를 잃는 치명상을 입고 도망가서는, 결국 심한 상처 때문에 목숨을 잃고 맙니다. 그렌델의 어머니인 마녀는 그렇게 죽어가는 아들을 지켜보면서 비통해합니다.
한편 흐로드가르 왕은 그렌델을 성공적으로 무찌른 베오울프의 전공을 크게 치하하며 그가 아끼던 황금 뿔잔을 하사합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 또 다시 많은 사람들이 살육당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그렌델의 어머니가 아들의 복수를 위해 저지른 일이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영문을 알 리 없는 베오울프에게는 참으로 당황스런 일이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흐로드가르 왕은 자신과 그렌델 어머니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비밀로 한 채 이번 살육을 일으킨 그렌델의 어머니까지 처치해 줄 것을 부탁합니다.
다시 한 번 흐로드가르 왕의 부탁을 들어 주기로 한 베오울프는 최측근 부하 위글라프(브렌든 글리슨 분)만을 대동하고 그렌델 어머니가 살고 있는 동굴로 향합니다. 베오울프는 동굴 앞에 위글라프를 남겨 두고 황금뿔잔과 보검을 들고 동굴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괴물이기에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형상을 한 그렌델의 어머니(안젤리나 졸리 분)를 만나게 됩니다. 결국 베오울프는, 죽은 그렌델을 대신할 아들을 하나 만들어 주면 그를 왕으로 만들어주는 동시에 엄청난 부와 함께 위대한 전설의 주인공이 되게 해 주겠다는 그녀의 유혹에 넘어가고 맙니다.
동굴에서 나온 베오울프는 돌아 와 흐로드가르 왕에게 그렌델의 어머니를 죽였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사실은 그녀에게 선물로 주고 온 황금뿔잔도 그녀와 싸우는 도중에 동굴 물속에 빠뜨렸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흐로드가르 왕은 반신반의하나 결국은 그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곧 한때 그의 정부였던 그렌델 어머니의 죽음에 생의 허무를 느낍니다. 그리고는 베오울프에게 왕위와 함께 모든 재산 심지어 젊은 왕비 웰쏘우까지 맡기고 자신은 자살을 선택합니다.
장면은 바뀌어 어느덧 베오울프가 왕이 된지도 오십 년 세월이 흘렀습니다. 충성스러운 부하 위글라프의 도움을 받아가며 그간 많은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었지만 그도 늙어가는 몸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웰쏘우 왕비도 베오울프의 옆자리를 애첩 우르술라(알리슨 로만 역)에게 이미 넘겨준 상태입니다.
그런데 베오울프는 어느날 우연히 다시 발견하게 된 황금 뿔잔의 존재를 계기로 과거 그렌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자신의 아들의 존재를 알게 됩니다. 그런데 그 아들은 불을 내뿜는 무시무시한 용의 모습을 하고, 복수를 위해 왕국을 불바다로 만들려고 합니다.
이제 베오울프는 자신의 왕국을 위협하는 괴물이자 한편으로는 자신의 아들이기도 한 용과 최후의 일전을 치를 수밖에 없게 됩니다. 결국 그는 천신만고 끝에 용의 급소를 공격하여 그 심장을 제거함으로서 용을 성공적으로 죽입니다. 그러나 그 역시 치명상을 입고 죽게 됩니다. 그리고 그의 충신 위글라프가 자식이 없던 베오울프의 평소 유언대로 왕위를 이어 받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베오울프의 시신을 실은 배에 불을 붙여 성대한 수장이 치러지는 장면을 보여 줍니다.
영화 베오울프의 실제 원작인 고대 영웅 서사시 베오울프(Beowulf)는 8세기에서 11세기 사이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되는 작자 미상의 작품입니다. 모두 3182줄의 이 작품은 10세기말경에 만들어진 필사본이 유일하게 전해지고 있는데, 현재 런던의 대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은 게르만 민족의 영웅서사시로서 완전히 보존되고 있는 가장 오래 된 작품이며, 고대 영어로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영문학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영미 국가에서는 우리나라에서의 고문과 같이 이 작품이 학교에서 가르쳐지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의 두 부분으로 나누어집니다. 덴마크 흐로드가르 왕국에서 베오울프와 그렌델 모자와의 대결 장면을 그린 전반부가 베오울프의 패기에 찬 무용담이라면, 후반부는 왕위에 올라 50년간 통치하다 용과의 싸움에서 장렬한 최후를 마치는 그의 고뇌에 찬 만년을 그리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심장에 관한 상당히 흥미 있는 장면이 하나 등장합니다. 바로 영화 종반부에 베오울프가 화룡과 최후의 일전을 벌이는 부분에서 그가 용의 심장을 제거하는 장면입니다. 사실 영화에서 용이 등장하는 장면은 수없이 많지만, 이 영화에서처럼 용의 심장 모습이 구체적으로 묘사된 것은 아마도 처음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용 자체가 전설의 동물로 실존하지 않은 존재이기 때문에 용의 심장에 대한 묘사도 어디까지나 상상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어쨌든 영화에서 베오울프가 용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하기 위해 그의 심장을 제거하는 장면에서 우리는 용의 심장 구조를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가지게 됩니다(사진 5, 6). 그런데 이때의 심장 모습은 사실 사람의 심장과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심장의 겉모습일 뿐 동물 종 사이의 진정한 차이는 심장의 내부 구조에 있습니다.
우리 사람과 같은 포유류의 심장은 위로는 심방이라고 부르는 2개의 방과 아래로는 심실이라고 부르는 2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어 해부학적으로 <2심방 2심실> 구조를 가졌다고 일컬어집니다. 조류도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서양식 용과 비슷한 모습의 파충류는 심실 사이가 어설프게 나뉜 <2심방 불완전 2심실> 구조의 심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참고로 동양식 용이 그 특성을 본 딴 양서류와 어류에서는 각각 <2심방 1심실>과 < 1심방 1심실>의 심장 구조를 보입니다.
이런 종 사이의 심장 구조 차이는 모두 상황의 필요에 따라 유전적 진화의 결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최근(2009년 9월) ‘네이처’라는 권위 있는 과학 잡지에 실린 한 연구에 의하면 ‘Tbx5’ 라는 이름 붙여진 심실을 분리시키는 어떤 인자가 포유류와 파충류 사이에서의 차이를 만든다고 합니다. 즉 배아 시절부터 심실에서 Tbx5 인자가 억제된 포유류나 조류에 비해 파충류에서는 이 인자가 활성화 상태에 있다가 뒤늦게 억제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기전과 최종 결과에 관계없이 각각의 심장은 그 종의 행동 특성에 맞는 장점을 가지게끔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2심방 2심실> 심장의 경우 피가 들어오고 나가는 부분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어 산소를 지닌 혈액과 제거된 혈액이 서로 혼합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항상 산소가 고농도로 녹아 있는 혈액이 몸을 순환할 수 있어 왕성한 활동을 하기에 유리합니다. 또 폐동맥에는 가장 낮은 농도의 산소와 가장 높은 농도의 이산화탄소를 가진 혈액이 공급되기 때문에 공기 중의 가스와 가장 효율적인 가스교환이 이루어지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리고 두개의 펌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몸의 각 장기에 항상 일정 압력의 혈액을 공급할 수 있는 효율성이 큽니다.
반면 파충류에서의 2심방 불완전 2심실 심장에서는 활동을 많이 할 때는 폐동맥으로 혈류량을 늘리고 그렇지 않을 때는 저항을 늘려 혈액의 공급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파충류는 포유류 보다 더 높은 효율로 장시간 활동을 하지 않고도 지낼 수 있는 것입니다. 어류 같은 수중 동물의 경우 몸을 일으키고 유지하는데 쓰이는 에너지의 양이 그만큼 적기 때문에 심장 또한 이러한 요구량에 따라 최적의 구조로 만들어 진 것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각각의 동물에서 심장 구조는 우리 사람과 같은 포유류의 기준에서 그 기능의 우수성을 따질 수는 없고 결국 각각의 동물은 자신이 사는 환경에 맞춰 가장 효율적으로 적응된 심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용의 심장도 결국 내부적으로는 파충류의 심장 구조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잘 생각해 보면 용도 마치 악어와 같이 필요할 때만 중후하게 한번 씩 동굴에서 나와 움직이지 우리처럼 매일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숨 가쁘게 생활하지는 않으니까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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