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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전 세계적으로 이상한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난데없는 재난으로 도심이 혼란에 빠지는가 하면 미국의 한 지역에서는 수 십 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갑자기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사망자들이 모두 인공심박조율기를 삽입 받은 환자들이라는 점에서 전자파를 방해하는 강력한 신종 무기의 출현을 걱정한 미국 국방부는 지구자기장 전문가인 시카고 대학의 젊은 교수 조쉬 키즈(아론 에크하트 분)와 무기 전문가인 서지 레베크(체키 카료 분)를 몰래 불러 그 가능성을 묻습니다.
그러나 그럴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는 그들의 견해를 듣고 군 당국자는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 사안이라면 다행이라며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으려 합니다.
그런 와중에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서 새들이 집단으로 이상 행동을 보이며 큰 소란을 일으키는 일이 발생합니다. 이 뉴스를 접한 조쉬는 새들의 행동이 지구 자기장의 변화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의심을 하고, 그 동안 세계적으로 일어난 일련의 괴현상들을 떠올리며 무언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는 바로 대학원 학생들을 총 동원하여 관련 지료를 검색하며 본격적인 연구에 돌입합니다.
한편 우주에서의 임무를 마치고 지구로 귀화하던 우주왕복선 인데버호에서 이상이 발생합니다. 우주선이 자기장 교란으로 인해 갑자기 예정 항로를 벗어나 로스앤젤레스 시내로 향하게 된 것입니다. 우주선의 노련한 선장 아이버슨(브루스 그린우드 분)도 어쩔 줄 몰라 하는 상황에서 최연소 우주비행사이자 여성인 레베카 차일즈 공군 소령(힐러리 스웽크 분)이 기지를 발휘하여 하천에 우주선을 착륙시킴으로서 큰 위기를 모면합니다.
그동안 연구에 열중한 끝에 지구 멸망의 불길한 전조를 눈치 차린 조쉬는 자료를 들고 지구 물리학의 권위이자 정부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콘래드 짐스키 박사(스탠리 투치 분)를 찾아 갑니다. 콘래드는 조쉬의 자료가 매우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미국 정부 측에 즉시 국가 안보회의를 열 것을 요청합니다.
회의석상에서 조쉬는 지구 중심부에 있는 핵(코어)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코어 중에서도 딱딱한 내핵을 둘러싸고 있으면서 한 방향으로 돌고 있는 액체상의 외핵에서 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즉 외핵이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을 때는 이것으로부터 지구 자기장이 만들어지고, 이 자기장 때문에 태양으로부터 오는 극초단파 방사능으로부터 지구가 보호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떤 이유인지 이 외핵의 움직임이 멈추고 있기 때문에 이대로 가면 수개월내에 지구는 원시상태로 되돌아가고 1년 내에 모든 지구상의 생명체가 태양열 때문에 멸망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경악스런 상황을 들은 정부 측에서는 어떻게든 해결책을 강구해 달라고 요청하나, 조쉬는 무엇보다도 지구 핵에 접근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이라고 단언합니다. 그러자 콘래드 짐스키 박사가 나서 교통수단을 제공해 줄 사람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바로 콘래드의 옛 동료 과학자이나 지금은 외진 곳에 은둔해 있으면서 엄청난 열과 압력에 견뎌낼 수 있는 특수 탐사선을 연구하고 있는 브레즐턴(들로이 린도 분)이라는 사람이었습니다. 브레즐턴을 찾아간 정부 관계자와 조쉬, 콘래드 그리고 서지는 원하는 모든 지원은 할 것이니, 3개월 내에 현재 진행하고 있는 지구 핵 탐사선을 완성시켜 줄 것을 부탁합니다. 그들은 또 지구가 멸망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문이 미리 퍼지면 전 세계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것을 염려하여 최고의 컴퓨터 전문가인 핀치(디제이 쿠올스 분)를 고용하여 인터넷상에서 모든 관련 정보를 철저히 차단시키도록 하는 등 치밀한 사전 준비를 진행시켜 나갑니다.
특수 임무 팀은 조쉬 키즈를 팀장으로 콘래드, 레베카, 브레즐턴으로 이루어진 관련 전문가들과 우주왕복선 인데버 사건으로 능력을 인정받은 차일즈 소령과 아이브슨 선장의 탐사선 조종 팀으로 구성됐습니다(사진 3). 그들의 임무는 버질호로 지구 핵에 접근한 다음 천 메가톤에 해당되는 초강력의 핵폭탄을 터뜨려 외핵을 자극시킴으로서 외핵을 다시 회전하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드디어 핵폭탄을 실은 탐사선은 지구 중심부를 향해 발진하여, 해저를 통해 성공적으로 지각을 통과합니다. 그러나 지구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맨틀 부위를 통과하는 도중에 아이브슨 선장이 사고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어쨌든 특수 임무 팀은 우여곡절 끝에 맨틀과 지구 핵 경계 부위에까지 도달하나 이 과정에서 또 무기 전문가인 서지를 잃는 비극을 맞이합니다. 어쨌든 콘래드의 주장은 이제는 데스티니를 다시 쏘아서 외핵을 자극시키는 방법 밖에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조쉬는 그것은 오히려 외핵을 결정적으로 완전히 멈추게 하는 어리석은 짓이라며, 어떻게 해서든 애초의 계획을 보완하여 계속 진행하여야 한다고 반박합니다. 결과적으로 레베카와 브레즐턴의 지원을 얻은 조쉬의 의견대로 탐사선은 움직입니다.
그 사이 지상에서는 지구 자기장의 파괴가 점점 진행되어 태양열에 노출된 지역에서 참극이 발생합니다. 지상의 군 사령부도 데스트니의 긴급 작동을 결정하나, 조쉬의 부탁을 받은 핀치의 방해 공작으로 발사에 실패합니다.
한편 특수 임무 팀은 궁리를 거듭하다 다시 마음을 고쳐먹은 콘래드의 아이디어대로 핵폭탄을 한 번에 폭파시키지 않고 연쇄 폭발시켜 보다 강력한 추진력을 얻기로 합니다. 그러나 폭파 준비 과정에서 브레즐턴과 콘래드가 차례로 사망합니다. 그리고 이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조쉬와 레베카는 마침내 외핵을 다시 회전시키는데 성공합니다(사진 5).
탐사선이 지상으로 돌아 오는데에도 많은 애로가 있었지만 조쉬와 레베카는 결국 지구의 진정한 영웅으로 살아 귀환하게 됩니다.
영화 코어는 지구 핵(코어)의 이상으로 인한 천재지변을 다룬 독특한 소재의 공상과학영화로, 지구 지질학과 물리학에 관련된 많은 과학 용어와 현란한(?) 과학이론의 등장으로 개봉할 때부터 적지 않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영화입니다. 영화는 지구라는 거대한 땅덩어리의 기본 구성에 대한 비교적 정확한 지식을 바탕으로 펼쳐집니다. 그러나 줄거리가 구체적으로 전개되면서 보여주는 각종 과학적 묘사에 있어서는 상당한 허점들이 노출되어 당시에도 과학적 진위 여부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의 사람들은 영화가 오류가 있는 가설과 장면 묘사에 근거를 두고 있어 문제가 크다고 지적을 하는 반면, 옹호론자들은 그것이 바로 공상과학영화의 묘미이며 논란이 되는 그 자체로 이미 대중들에게 과학적 진실에 대한 건전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켜 주었다고 평했습니다.
어쨌든 영화의 극적 재미와 작품성에 대한 평가는 관객 각자의 몫이겠지만, 영화의 전체 과학적 묘사 중에서 의학적 관점에서는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인공심박조율기라는 의료장치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몸의 심장이 정상 상태에서 일생 동안 규칙적으로 박동할 수 있는 것은 심장 위쪽에 위치한 동결절(洞結節)이라는 작은 특별한 부위에서 전기 자극을 만들어 내어 이를 심장 전체로 전달함으로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이 부위를 심장의 움직임을 주도한다는 의미에서 페이스메이커(pacemaker)라고 흔히 부릅니다. 마라톤 경기에서 선수들의 기록 향상을 위해서 초반의 속도를 이끌어 나가는 선수를 페이스메이커로 부르는 것도 여기에서 유래된 용어이며, 최근 국내에서도 같은 제목의 영화가 상영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심장의 페이스메이커 기능에 이상이 발생하여 심장 박동이 제대로 되지 않는 병적인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치료를 위하여 몸 안에 삽입되어 원래의 심장 페이스메이커 기능을 대신해 주는 장치가 바로 인공심박조율기(인공심박동기, artificial pacemaker)입니다. 영화에서는 도입부에서 코어의 이상으로 지구 자기장에 변화가 생기면서 인공심박조율기를 시술받은 환자들에서 인공심박조율기가 갑자기 작동을 멈춤으로서 동시에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때 미국 국방부로부터 비밀 자문을 의뢰받은 지구자기장 전문 과학자 조쉬가 사망 환자들을 보기도 전에 인공심박조율기에 연관된 문제일 것이라고 알아 맞추어 주위를 경탄시키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리고 이어서 국방부 관계자가 한 환자 사체의 가슴에 있는 수술 흉터를 보여 주며 조쉬의 예상대로 사망자들이 인공심박조율기 삽입 환자라는 것을 확인시켜 줍니다. 사망 환자의 가슴 정중앙에는 길이로 난 수술 흉터가 잘 보이고 있습니다(사진 6). 그런데 사실 이 장면은 의학적으로 상당한 오류가 있는 장면입니다. 영화에서 보여주고 있는 수술 절개 흔적은 일반적인 심장수술 즉 개심술(開心術, open heart surgery)을 받은 환자의 흔적이지 그 것이 인공심박조율기 삽입 여부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요즈음의 인공심박조율기 삽입은 보통 좌측 쇄골(빗장뼈) 아래쪽에 작은 절개를 하고 국소마취하에서 시술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영화에서와 같이 중앙의 흉골을 자르는 큰 수술은 하지 않습니다. 또 드물게 일부 환자에서 직접 심장 바깥쪽을 통해 인공심박조율기 전극을 삽입하는 경우에도 영화의 수술 흔적과는 달리 가슴 아래쪽에 비교적 작은 절개창이 생기게 될 뿐입니다.
물론 심장수술과 연관되어 인공심박조율기를 삽입 받는 경우도 있지만 이때는 대부분 수술후 일시적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설치되는 것이어서 영화에서 묘사하고 있는 인공심박조율기와는 모양이나 기능이 많이 다릅니다.
또 한 가지 영화에서의 흥미로운 설정 하나는 지구 코어의 이상으로부터 오는 지구 자기장의 변화로 인공심박조율기의 작동이 멈추는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으로는 그런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다만 인공심박조율기를 가지고 있는 환자들에서 <고압선, 변압기, 레이더기지, 강력한 자석이 있는 기계(자기공명영상법) 등과 같은 강한 전기나 자석의 간섭을 받기 쉬운 장소는 가까이 가지 말라-서울대학교병원 인공심박조율기 안내서>는 주의사항이 여전히 적용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최근(2011년) 미국 FDA에서는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안전하게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인공심박조율기가 사용 승인을 받기도 했습니다. 아마 영화에서도 이런 점에 착안하여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실 인공심박조율기는 매우 안전한 장치로 환자의 웬만한 일상생활에는 거의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보면 됩니다. 영화는 어디까지나 영화일 뿐, 영화 속에서의 극적 흥미를 위한 가설에 만일 조금이라도 신경을 쓴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옛 중국의 기(杞)나라의 어떤 사람이 ‘만일 하늘이 무너지면 어디로 피해야 좋을 것인가?’ 하고 침식을 잊고 걱정하였다는데서 유래된 기우(杞憂)가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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