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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더 레이븐], 수술에서 위스키와 자석의 이용
  • 김원곤 교수의 영화속 의학이야기 2012/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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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더 레이븐(The Raven)’은 정지훈(가수 비)이 주연한 <닌자 어쌔신>의 감독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제임스 맥티그 감독의 2012년 최신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추리소설의 개척자’로 평가받고 있는 에드거 앨런 포(1809~1849)의 의문에 싸인 죽음을 바탕으로, 그가 죽기 전의 행적을 추정하여 픽션으로 구성한 작품입니다.

     

    천재적 작가였던 포는 비록 어려움을 겪기는 하였지만 전업으로 생활을 유지하려고 했던 최초의 미국작가였습니다. 그의 추리소설 중 특히 <모르그가의 살인>에 등장하는 탐정 ‘뒤팽(C. Auguste Dupin)’은 뒷날 아서 코난도일의 유명한 ‘셜록홈즈’의 모델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의 제목인 더 레이븐(갈가마귀)은 실제 그의 시 제목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와 같은 방식으로 역사상의 실제 인물과 시대를 근거로 쓰여 진 가상의 영화나 사극 또는 소설 등을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의 합성어로 ‘팩션’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더 레이븐은 팩션 스릴러 장르에 속하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에드거 앨런 포는 그의 문학적 업적과는 달리 알코올 중독 등 실제 삶은 매우 순탄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1849년 10월 3일 볼티모어 길거리의 한 벤치에서 다른 사람의 옷을 입은 채 빈사 상태로 한 행인에 의해 발견됩니다. 그는 병원에 옮겨졌으나 결국 10월 7일 아침에 사망하고 맙니다. 입원 기간 내내 그는 횡설수설하며 왜 자신이 그런 상태에 이르게 되었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죽기 전 날 밤에는 레이놀즈(Reynolds)라는 알 수없는 사람의 이름을 반복하여 불렀으며, 임종 전에 마지막 남긴 말은 '신이여 내 불쌍한 영혼을 구원하소서.'였다고 합니다.

     

    영화 ‘더 레이븐’은 그가 죽기 전날 밤 반복하여 불렀던 ‘레이놀즈’라는 이름에 착안하여 허구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전개됩니다. 영화의 기본 줄거리는 포의 추리소설에 대한 열렬한 독자이기도 한 연쇄살인마가 그의 소설에 나오는 방식대로 차례차례 사람들을 살해해 나간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살인마의 범행 대상 중에 포가 사랑하는 애인이 포함되면서, 포를 본격적으로 사건 속으로 휩쓸리게 합니다.  

     

    포(존 쿠색 분)는 결국 베테랑 수사관인 에멧 필즈(루크 에반스 분)와 힘을 모아 사랑하는 애인을 구하기 위해 범인을 필사적으로 추적해 나갑니다. 그리고 마침내 밝혀진 범인의 이름이 바로 레이놀즈(샘 헤이즐딘 분)였습니다. 영화는 이 때문에 포가 실제 죽어 가면서 레이놀즈라는 이름을 불렀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연쇄살인범이 포의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방식에 맞추어 살인을 저질러 나간다는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영화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포의 작품에 대한 사전 지식이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이 때문에 평소 포의 추리소설에 대한 열렬한 팬이거나, 아니면 영화를 보기 전에 그의 소설에 대해 사전 예습을 한 사람이 아니라면 이 영화를 100% 즐기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영화에 대한 국내 관객들의 전반적인 평점이 그렇게 높지 않은 것도 아마 이런 이유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영화에서 살인의 모티브로 등장하게 되는 포의 추리소설은 모두 6편입니다.

     

    우선 영화에 등장하는 첫 살인 장면을 검사한 필즈 수사관은 모녀에 대한 살인 수법이 그가 얼마 전에 읽은 포의 추리소설 <모르그가의 살인, The Murders in the Rue Morgue, 1841>에서의 방식과 유사함을 알아차립니다. 모르그가의 살인은 포의 대표작으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첫 추리소설로 평가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다음으로 포의 소설이 등장하는 것은 포의 문학적 라이벌로 등장하는 루푸스 그리즈월드(존 와나비 분)의 죽음에서입니다. 필즈 수사관을 도우기 위해 현장에 온 포는 살인범이 그를 칼날이 달린 진자(振子)로 잔인하게 죽인 수법이 그의 소설 <함정과 진자, The Pit and the Pendulum, 1842>에서의 방식을 본뜬 것임을 알고 경악합니다. 포와 필즈는 추리를 통해 세 번째 범죄는 포의 소설 <붉은 죽음의가면, The Masque of the Red Death, 1842>에서처럼 포의 연인 에밀리의 아버지 해밀튼 대령(브랜든 글리슨 분)이 개최하는 가면무도회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하고 이를 막으려고 하나 결국 에밀리는 살인범에 의해 납치되고 맙니다.  



    이어서 빨간 드레스를 입은 매춘부로 분장한 연극배우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포와 필즈는 이 또한 포의 소설 <마리로제의 수수께끼, The Mystery of Marie Rogêt, 1842>의 내용을 본뜬 살인임을 알아차립니다. 포와 필즈는 에밀리를 구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당해 그녀의 행방을 ?던 중에 한 지하수로의 벽속에서 그녀가 납치당하던 당시 옷을 입고 있는 시체를 발견합니다. 연쇄살인범의 이번 살인 수법은 포의 소설 <아몬틸라도의 술통, The Cask of Amontillado, 1846>을 모방한 것이었습니다.  영화 종반부에 가서 포는 마침내 연쇄살인범의 정체가 신문사 직원인 이반 레이놀즈임을 알아냅니다. 그러나 그는 에밀리를 구하기 위해 자신은 이반이 건넨 독약을 마시고 죽음을 선택합니다. 포는 죽기 전에 이반이 그에게 언급한 그의 소설 <고자질하는 심장, The Tell-Tale Heart, 1843>을 힌트로 에밀리가 건물 바닥 밑에 갇혀 있다는 것을 알고 필사의 힘을 다해 결국 그녀를 구해냅니다.

     

    그리고 포는 독약을 마신 때문에 길거리 벤치에서 레이놀즈라는 이름을 마지막으로 전하며 죽어갑니다. 영화는 포의 정보에 힘입어 이반을 추적하는데 성공하는 필즈의 모습으로 끝을 맺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의학적으로 상당히 흥미 있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바로 영화 후반부에 필즈 수사관이 범인을 추적하던 도중 범인이 쏜 총을 어깨 근처 가슴에 맞고 치료를 받는 장면에서입니다. 그런데 그의 총상 치료를 맡은 의사는 조수에게 위스키를 가져 오게 합니다. 그리고 필즈에게 마취를 위해 술을 마시게 합니다. 여기서 더 흥미로운 것은 몸 안에 박힌 총알을 찾아내기 위해 가슴 위에 자석을 대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먼저 독한 술을 마시게 하여 일시적으로 마취 효과를 대신해 보고자 하는 것은 이 영화 이외의 많은 다른 영화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이는 영화에서의 설정을 떠나 옛 기록을 보면 실제로도 행해진 방법이었습니다. 임상의학에서 제대로 된 마취제가 처음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것이 19세기 중반 무렵이니까 이 영화의 무대가 되고 있는 1849년에는 아직 마취제의 사용이 보편화되어 있지 않을 때였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당시 수술이라는 혹독한 과정을 겪기 위해 환자의 의지(?)와 함께 독한 술로 의식을 잠시나마 몽롱한 상태로 만들어 주려는 의도는 쉽게 짐작이 되는 임시방편의 수단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술은 비단 마취 역할에서뿐만 아니라 상처의 소독에도 사용되는 경우를 영화나 일상생활에서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전형적인 장면이 나오는 영화로는 유명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B급 영화 ‘데쓰프루프(Death Proof, 2007)’가 있습니다.        

      

    그러면 과연 위스키와 같은 술들이 기대만큼의 소독 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여기에 관련해서 2006년 미국 테네시 주의 이스트테네시 주립대학과 한 재향 군인 병원에서 발표한 흥미 있는 보고서가 하나 있습니다. 술과 마찬가지로 에틸알코올을 성분으로 하고 있는 손소독제들의 농도 별 효과를 검정한 실험연구였습니다. 실험 결과 40% 알코올은 수돗물로 세척한 것과 별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며 60% 알코올 농도에서 비로소 소독 효과가 검정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따라서 시중에서 간혹 판매되고 있는 40% 알코올 농도의 소독제는 구입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그들의 결과는 관련 연구로는 가장 오래된 논문(Price PB. Ethyl alcohol as a germicide. Arch Surg 1939;38:528-42)과 일치하는 소견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위스키나 보드카의 알코올 농도는 40%입니다. 이보다 높은 농도도 간혹 볼 수 있지만 이 경우도 대부분 40-45% 사이입니다. 앞서의 실험 결과를 토대로 하면 수돗물 세척과 큰 차이가 없는 알코올 농도인 셈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알코올 농도 20% 근처의 우리나라 희석식 소주들은 그야말로 맹물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이론에도 불구하고 일상생활에서 응급으로 상처 소독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면 당연히 수돗물 대신 위스키나 보드카를 뿌리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이렇게 낮은 알코올 농도에서는 제대로 된 소독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면 반대로 알코올 농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더 효과가 큰 것일까요? 즉 100% 알코올 원액으로 소독하면 가장 효과가 높을까요?

     

    흥미롭게도 이것 역시 아닙니다. 알코올 농도 100% 보다는 오히려 70% 농도에서 더 나은 소독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에틸알코올의 살균 기전을 보면 세균의 막을 침투하여 들어가 세균내 단백질을 응고시켜 죽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100% 알코올은 단백질 응고 능력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세균 안에 침투하기 전에 세균 표면의 단백질을 미리 응고시켜  단단한 막을 만들어 알코올 성분이 세균 내부로 들어가지 못하게 합니다. 이렇게 되면 세균은 잠시 정체 상태에 있게 되나 적절한 환경이 되면 다시 되살아나게 됩니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에틸알코올 농도 70~80% 정도에서 살균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취효과를 위해 위스키를 사용한 것보다 이 영화에서 더 흥미로운 것은 몸 안의 총알을 찾는데 자석을 사용하는 장면입니다.   

     

    독일의 물리학자였던 빌헬름 뢴트겐(1845-1923)의 역사적인 엑스레이 발견이 이루어진 것이 1895년의 일이니까, 1849년의 일을 다룬 이 시대에는 사실 몸 안에 박힌 총알을 찾아내는 일은 총알이 조금만 깊게 있더라도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을 것입니다. 더구나 앞서 말한 대로 제대로 된 마취약도 없는 상태라면 아예 불가능한 일로 생각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이럴 때 몸밖에 강력한 자석을 갖다 대어 총알을 찾아내려는 시도는 충분히 이해가 되고 또 실제 행해졌던 임상 술기 중의 하나였습니다. 다행히 당시의 총은 관통력이 그렇게 강하지 않아 비교적 피부 가깝게 위치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더욱 이런 방법을 가능하게 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자석을 수술에 이용하고자 하는 시도는 이런 역사적인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현대의학에서도 그 응용 가능성이 꾸준히 시도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흉부외과 영역에서는 2007년 미국에서 자석을 이용한 오목가슴 교정술에 대해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변형되어 있는 가슴뼈 앞뒤에 자석을 고정하여 자석의 힘으로 서서히 변형을 치료하자는 방법입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임상시험 수준의 시술이기는 하나 자석의 수술적 이용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흥미롭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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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더 레이븐], 수술에서 위스키와 자석의 이용
김원곤 교수의 영화속 의학이야기 2012/09/15
 

영화 ‘더 레이븐(The Raven)’은 정지훈(가수 비)이 주연한 <닌자 어쌔신>의 감독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제임스 맥티그 감독의 2012년 최신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추리소설의 개척자’로 평가받고 있는 에드거 앨런 포(1809~1849)의 의문에 싸인 죽음을 바탕으로, 그가 죽기 전의 행적을 추정하여 픽션으로 구성한 작품입니다.

 

천재적 작가였던 포는 비록 어려움을 겪기는 하였지만 전업으로 생활을 유지하려고 했던 최초의 미국작가였습니다. 그의 추리소설 중 특히 <모르그가의 살인>에 등장하는 탐정 ‘뒤팽(C. Auguste Dupin)’은 뒷날 아서 코난도일의 유명한 ‘셜록홈즈’의 모델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의 제목인 더 레이븐(갈가마귀)은 실제 그의 시 제목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와 같은 방식으로 역사상의 실제 인물과 시대를 근거로 쓰여 진 가상의 영화나 사극 또는 소설 등을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의 합성어로 ‘팩션’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더 레이븐은 팩션 스릴러 장르에 속하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에드거 앨런 포는 그의 문학적 업적과는 달리 알코올 중독 등 실제 삶은 매우 순탄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1849년 10월 3일 볼티모어 길거리의 한 벤치에서 다른 사람의 옷을 입은 채 빈사 상태로 한 행인에 의해 발견됩니다. 그는 병원에 옮겨졌으나 결국 10월 7일 아침에 사망하고 맙니다. 입원 기간 내내 그는 횡설수설하며 왜 자신이 그런 상태에 이르게 되었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죽기 전 날 밤에는 레이놀즈(Reynolds)라는 알 수없는 사람의 이름을 반복하여 불렀으며, 임종 전에 마지막 남긴 말은 '신이여 내 불쌍한 영혼을 구원하소서.'였다고 합니다.

 

영화 ‘더 레이븐’은 그가 죽기 전날 밤 반복하여 불렀던 ‘레이놀즈’라는 이름에 착안하여 허구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전개됩니다. 영화의 기본 줄거리는 포의 추리소설에 대한 열렬한 독자이기도 한 연쇄살인마가 그의 소설에 나오는 방식대로 차례차례 사람들을 살해해 나간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살인마의 범행 대상 중에 포가 사랑하는 애인이 포함되면서, 포를 본격적으로 사건 속으로 휩쓸리게 합니다.  

 

포(존 쿠색 분)는 결국 베테랑 수사관인 에멧 필즈(루크 에반스 분)와 힘을 모아 사랑하는 애인을 구하기 위해 범인을 필사적으로 추적해 나갑니다. 그리고 마침내 밝혀진 범인의 이름이 바로 레이놀즈(샘 헤이즐딘 분)였습니다. 영화는 이 때문에 포가 실제 죽어 가면서 레이놀즈라는 이름을 불렀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연쇄살인범이 포의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방식에 맞추어 살인을 저질러 나간다는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영화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포의 작품에 대한 사전 지식이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이 때문에 평소 포의 추리소설에 대한 열렬한 팬이거나, 아니면 영화를 보기 전에 그의 소설에 대해 사전 예습을 한 사람이 아니라면 이 영화를 100% 즐기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영화에 대한 국내 관객들의 전반적인 평점이 그렇게 높지 않은 것도 아마 이런 이유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영화에서 살인의 모티브로 등장하게 되는 포의 추리소설은 모두 6편입니다.

 

우선 영화에 등장하는 첫 살인 장면을 검사한 필즈 수사관은 모녀에 대한 살인 수법이 그가 얼마 전에 읽은 포의 추리소설 <모르그가의 살인, The Murders in the Rue Morgue, 1841>에서의 방식과 유사함을 알아차립니다. 모르그가의 살인은 포의 대표작으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첫 추리소설로 평가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다음으로 포의 소설이 등장하는 것은 포의 문학적 라이벌로 등장하는 루푸스 그리즈월드(존 와나비 분)의 죽음에서입니다. 필즈 수사관을 도우기 위해 현장에 온 포는 살인범이 그를 칼날이 달린 진자(振子)로 잔인하게 죽인 수법이 그의 소설 <함정과 진자, The Pit and the Pendulum, 1842>에서의 방식을 본뜬 것임을 알고 경악합니다. 포와 필즈는 추리를 통해 세 번째 범죄는 포의 소설 <붉은 죽음의가면, The Masque of the Red Death, 1842>에서처럼 포의 연인 에밀리의 아버지 해밀튼 대령(브랜든 글리슨 분)이 개최하는 가면무도회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하고 이를 막으려고 하나 결국 에밀리는 살인범에 의해 납치되고 맙니다.  



이어서 빨간 드레스를 입은 매춘부로 분장한 연극배우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포와 필즈는 이 또한 포의 소설 <마리로제의 수수께끼, The Mystery of Marie Rogêt, 1842>의 내용을 본뜬 살인임을 알아차립니다. 포와 필즈는 에밀리를 구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당해 그녀의 행방을 ?던 중에 한 지하수로의 벽속에서 그녀가 납치당하던 당시 옷을 입고 있는 시체를 발견합니다. 연쇄살인범의 이번 살인 수법은 포의 소설 <아몬틸라도의 술통, The Cask of Amontillado, 1846>을 모방한 것이었습니다.  영화 종반부에 가서 포는 마침내 연쇄살인범의 정체가 신문사 직원인 이반 레이놀즈임을 알아냅니다. 그러나 그는 에밀리를 구하기 위해 자신은 이반이 건넨 독약을 마시고 죽음을 선택합니다. 포는 죽기 전에 이반이 그에게 언급한 그의 소설 <고자질하는 심장, The Tell-Tale Heart, 1843>을 힌트로 에밀리가 건물 바닥 밑에 갇혀 있다는 것을 알고 필사의 힘을 다해 결국 그녀를 구해냅니다.

 

그리고 포는 독약을 마신 때문에 길거리 벤치에서 레이놀즈라는 이름을 마지막으로 전하며 죽어갑니다. 영화는 포의 정보에 힘입어 이반을 추적하는데 성공하는 필즈의 모습으로 끝을 맺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의학적으로 상당히 흥미 있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바로 영화 후반부에 필즈 수사관이 범인을 추적하던 도중 범인이 쏜 총을 어깨 근처 가슴에 맞고 치료를 받는 장면에서입니다. 그런데 그의 총상 치료를 맡은 의사는 조수에게 위스키를 가져 오게 합니다. 그리고 필즈에게 마취를 위해 술을 마시게 합니다. 여기서 더 흥미로운 것은 몸 안에 박힌 총알을 찾아내기 위해 가슴 위에 자석을 대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먼저 독한 술을 마시게 하여 일시적으로 마취 효과를 대신해 보고자 하는 것은 이 영화 이외의 많은 다른 영화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이는 영화에서의 설정을 떠나 옛 기록을 보면 실제로도 행해진 방법이었습니다. 임상의학에서 제대로 된 마취제가 처음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것이 19세기 중반 무렵이니까 이 영화의 무대가 되고 있는 1849년에는 아직 마취제의 사용이 보편화되어 있지 않을 때였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당시 수술이라는 혹독한 과정을 겪기 위해 환자의 의지(?)와 함께 독한 술로 의식을 잠시나마 몽롱한 상태로 만들어 주려는 의도는 쉽게 짐작이 되는 임시방편의 수단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술은 비단 마취 역할에서뿐만 아니라 상처의 소독에도 사용되는 경우를 영화나 일상생활에서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전형적인 장면이 나오는 영화로는 유명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B급 영화 ‘데쓰프루프(Death Proof, 2007)’가 있습니다.        

  

그러면 과연 위스키와 같은 술들이 기대만큼의 소독 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여기에 관련해서 2006년 미국 테네시 주의 이스트테네시 주립대학과 한 재향 군인 병원에서 발표한 흥미 있는 보고서가 하나 있습니다. 술과 마찬가지로 에틸알코올을 성분으로 하고 있는 손소독제들의 농도 별 효과를 검정한 실험연구였습니다. 실험 결과 40% 알코올은 수돗물로 세척한 것과 별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며 60% 알코올 농도에서 비로소 소독 효과가 검정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따라서 시중에서 간혹 판매되고 있는 40% 알코올 농도의 소독제는 구입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그들의 결과는 관련 연구로는 가장 오래된 논문(Price PB. Ethyl alcohol as a germicide. Arch Surg 1939;38:528-42)과 일치하는 소견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위스키나 보드카의 알코올 농도는 40%입니다. 이보다 높은 농도도 간혹 볼 수 있지만 이 경우도 대부분 40-45% 사이입니다. 앞서의 실험 결과를 토대로 하면 수돗물 세척과 큰 차이가 없는 알코올 농도인 셈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알코올 농도 20% 근처의 우리나라 희석식 소주들은 그야말로 맹물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이론에도 불구하고 일상생활에서 응급으로 상처 소독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면 당연히 수돗물 대신 위스키나 보드카를 뿌리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이렇게 낮은 알코올 농도에서는 제대로 된 소독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면 반대로 알코올 농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더 효과가 큰 것일까요? 즉 100% 알코올 원액으로 소독하면 가장 효과가 높을까요?

 

흥미롭게도 이것 역시 아닙니다. 알코올 농도 100% 보다는 오히려 70% 농도에서 더 나은 소독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에틸알코올의 살균 기전을 보면 세균의 막을 침투하여 들어가 세균내 단백질을 응고시켜 죽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100% 알코올은 단백질 응고 능력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세균 안에 침투하기 전에 세균 표면의 단백질을 미리 응고시켜  단단한 막을 만들어 알코올 성분이 세균 내부로 들어가지 못하게 합니다. 이렇게 되면 세균은 잠시 정체 상태에 있게 되나 적절한 환경이 되면 다시 되살아나게 됩니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에틸알코올 농도 70~80% 정도에서 살균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취효과를 위해 위스키를 사용한 것보다 이 영화에서 더 흥미로운 것은 몸 안의 총알을 찾는데 자석을 사용하는 장면입니다.   

 

독일의 물리학자였던 빌헬름 뢴트겐(1845-1923)의 역사적인 엑스레이 발견이 이루어진 것이 1895년의 일이니까, 1849년의 일을 다룬 이 시대에는 사실 몸 안에 박힌 총알을 찾아내는 일은 총알이 조금만 깊게 있더라도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을 것입니다. 더구나 앞서 말한 대로 제대로 된 마취약도 없는 상태라면 아예 불가능한 일로 생각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이럴 때 몸밖에 강력한 자석을 갖다 대어 총알을 찾아내려는 시도는 충분히 이해가 되고 또 실제 행해졌던 임상 술기 중의 하나였습니다. 다행히 당시의 총은 관통력이 그렇게 강하지 않아 비교적 피부 가깝게 위치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더욱 이런 방법을 가능하게 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자석을 수술에 이용하고자 하는 시도는 이런 역사적인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현대의학에서도 그 응용 가능성이 꾸준히 시도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흉부외과 영역에서는 2007년 미국에서 자석을 이용한 오목가슴 교정술에 대해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변형되어 있는 가슴뼈 앞뒤에 자석을 고정하여 자석의 힘으로 서서히 변형을 치료하자는 방법입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임상시험 수준의 시술이기는 하나 자석의 수술적 이용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흥미롭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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