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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여름날, 영양상담을 위해 만났던 환자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환자는 며칠전부터 더워진 날씨로 인해 식욕을 잃어서 제때 식사를 하기가 힘들었습니다. 10년전 당뇨병을 진단받은 환자는 저혈당이 걱정되어 식사는 거를 수 없었고 이때, 냉장고에 넣어둔 시원한 방울토마토가 생각이 나서 식사 대신 먹기로 하였습니다. 이렇게 식사는 하는 둥 마는 둥하고 방울토마토로 끼니를 때웠던 환자는 이튿날 갑자기 숨이 차고 어지러운 증상으로 병원 응급실에 실려 왔습니다.
환자는 아무리 생각해도 무엇이 문제였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당뇨병환자는 식사를 거르면 저혈당이 생긴다고 해서 식사대신 평소 당뇨병환자에게 좋다고 알려진 방울토마토를 먹었고 저혈당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이 환자에게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환자는 병원에 입원한 뒤 당뇨합병증으로 인해 만성콩팥병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고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당뇨병성신증은 당뇨병의 대표적인 합병증 중 하나입니다. 환자는 지난해 다니던 병원에서 신장기능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로인해 이와 같은 상황이 생길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당뇨병에 좋다고 생각했던 토마토가 당뇨병성신증환자에게는 고칼륨혈증을 유발하고 고칼륨혈증은 근육 무력감, 부정맥, 심하면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당뇨병환자에게 권장되는 토마토가 왜 만성콩팥병 환자에게는 문제가 되는 걸까요? 그 이유는 토마토는 대표적인 고칼륨 식품으로 만성콩팥병 환자가 과량 섭취하였을때는 고칼륨혈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성콩팥병을 처음 진단 받았거나 식사요법에 익숙지 않은 환자들은 칼륨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아 당뇨병위주의 식사요법을 고수하면서 고칼륨혈증이 나타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암환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암의 여정에 따라 예방, 치료, 치료 종료 후 식사요법이 다르고, 암종, 수술,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와 같은 암 치료법에 따라 다양하고 적절한 식사요법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많은 암 환자들은 천편일률적으로 육류는 먹지 않고 항암식품이라고 알려진 채식위주의 식사만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얼마 전 만난 폐암환자는 친한 친구 중에서 위암으로 위를 2/3가량 절제한 환자가 감을 먹지 않는 것을 보고 감이 왜 암에 나쁜 것인지 물어오셨습니다. 사실 위절제 환자가 감의 섭취를 주의하는 것은 위절제 환자에서 위정체로 인해 위석의 발생 위험이 더 높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특정식품과 암발생과는 관련성이 없는데도 환자들은 정체모를 두려움에 누군가가 좋지 않다고 이야기하면 무조건적으로 안 먹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환자들이 식사요법이란 좋은 음식은 먹고 나쁜 음식은 먹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식사요법은 먹어야 할 것과 먹지 말아야 할 것을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내 몸과 질환의 상황을 고려하여 무리가 되지 않도록 적절하게 조절하여 먹는 것입니다.
위 경우에서처럼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환자의 상태는 현 상황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고 계속적으로 변화한다는 것입니다. 질환에 따라 현재 상태를 유지하거나 호전되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질환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겉보기에 비슷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개개인별 상황이 다양하므로 정기적인 진료를 통해 질환의 변화를 확인하고 치료법에 따라 식사요법의 원칙을 적절하게 변화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환자들이 나의 몸과 병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여 식사요법을 실천한다면 좀 더 현명하게 건강한 삶에 한걸음 다가설 수 있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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