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에 자녀를 키워보신 분들은 자녀가 학교에서 학생건강검진 안내문을 들고 왔던 것을 경험했을 것입니다. 누런 종이에 불친절한 어투로 적힌 ‘인근 지정 병원 중에 골라서 몇 날 며칠까지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 는 내용에 이건 또 무슨 요식 행위인지 의심이 들고, 동원 행사와 같이 귀찮고 성가시게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더군다나 어릴 적에 학교에서 속옷 바람으로 단체로 줄을 서서 키와 몸무게를 강제로 재야했던 기억에 불쾌감마저 떠올릴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소위 ‘몸짱’ 이 아니라면 누구나 불쾌하고 당황스럽기 마련이다). 어릴 적부터 경험하셨을 학생건강검진을 유심히 살펴보신 분들은 최근에 이전과 달라진 점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첫째, 학교에서 단체로 하지 않고 개별 병의원에 가서 건강검진을 한다는 점, 둘째로, 혈액 검사나 영상의학 검사와 같은 일반적인 건강검진 항목들이 별로 없다는 점, 셋째로 매년 하지 않고 초등학교 1학년, 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년 1학년 등 정해진 학년에만 한다는 점 등이 그것입니다.
이는 2006년도에 개정된 학교보건법에 의해서 개선된 것으로서 과거의 출장 집단검진으로 대변되던 신체계측과 형식적인 진찰 위주의 검진을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고, 검진 의료기관의 전문성을 담보하며, 내용적으로도 학생 연령에 맞는 검진으로 바꾼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학생건강검진이 건강증진을 위한 제도로서 제대로 기능을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현대의 소아청소년 건강문제는 운동 부족, 비만 급증, 흡연 및 약물 사용 증가, 성 문제, 정신 건강, 외상 및 손상, 환경 오염, 구강 위생, 가족 해체 등이 주된 요소이며, 이는 과거의 영양 결핍, 결핵 및 간염, 기생충 질환 등이 주종을 이루던 때와는 전혀 다른 접근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과거와 마찬가지로 결핵과 같은 만성 전염성 질환의 선별 및 관리는 여전히 중요한 학교 보건의 과제로서 보다 더 적극적인 건강관문으로서 학생건강검진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지금의 학생건강검진 제도는 여전히 개선되어야 하며, 이 시대에 맞는 소아청소년 건강 문제를 다루는 체계로 변화하기 위해 몇 가지 방향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첫째, 개인의 건강 문제를 보다 심층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검진이 개인화, 개별화 되어야 합니다.
둘째, 고가의 특수 검사가 거의 필요 없는 상황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일차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시행되는 검진으로 체계가 개선되어야 합니다.
셋째, 운동 부족, 비만, 저체중, 흡연 및 약물 등의 생활습관 문제를 개입하는 공공 프로그램과 의료 서비스 체계를 개발해야 합니다.
넷째, 집단 감염을 줄이기 위하여 만성 전염성 질환 선별 및 확진 프로그램 개발과 사후 치료 지원 체계를 확립해야 하고, 빠진 예방접종에 대한 따라잡기 접종을 지원해야 합니다.
다섯째, 검진의 결과를 학교 현장에서 활용하여 학교 보건이 개선될 수 있도록 연계가 되어야 합니다.
현재의 학생건강검진은 미완성입니다. 하지만, 과거에 비하여 많은 개선이 이루어졌고, 특히 과체중과 비만 학생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는 선별 검사로 인하여 고지혈증, 고혈당, 고혈압, 지방간 의심 소견으로 서울대학교병원에 까지 의뢰가 되는 환자가 꾸준히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방치되는 경우에는 이른 성인기에 심혈관계 질환, 당뇨, 만성 간질환 등으로 이어지게 되기 때문에 조기에 전문가의 관리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학생 연령에서는 대부분의 경우에 식생활 습관 개선과 운동으로 크게 호전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국가적인 과제로 부각되고 있는 만성 성인병의 예방과 감소가 진정한 의미에서 가능해집니다. 앞으로는 소아청소년 연령에서도 만성 성인병의 일차적인 예방이 강조되면서, 건강검진을 통한 건강 위험 요인의 선별과 적절한 개입이 강조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진수 ㅣ소아청소년과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소화기영양분과 교수입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전문의 과정을 마쳤습니다. 위십이지장 궤양, 급만성복통, 변비, 간염, 비만, 저체중, 염증성 장질환, 위 내시경 및 대장내시경 시술, 위장관 운동 검사, 어린이 보건 영양을 주 전공으로 합니다.
질병관리본부 국민건강영양조사 조정위원 및 교육과학기술부 학생건강검진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학생건강검진 프로그램을 개선, 건강하고 명랑한 학교보건문화를 조성하였고, 각종 질병 예방을 위한 국민보건 증진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