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그의 인상에서 풍기는 느낌만큼이나 파격적이면서 폭력 미학적인 영화철학의 추구로도 유명한 감독입니다. 1963년 미국 테네시주의 녹스빌에서 태어난 그는 저수지의 개들(Reservoir Dogs, 1992), 펄프픽션(Pulp Fiction, 1994), 킬빌(Kill Bill Vol. 1, 2003 / Vol. 2 2004) 등으로 이미 세계적으로 확고부동한 명성을 얻고 있는 유명 감독입니다.

데쓰프루프(Death Proof)는 이런 그의 2007년도 작품으로 이른바 B급 영화의 전형을 이루는 작품입니다(사진 1). 이 영화는 어떤 네티즌의 평처럼 최고의 짜증과 최고의 쾌감을 동시에 선사하는 타란티노 감독만이 만들 수 있는 작품으로 평가되기도 합니다. 실제 이 때문에 상당한 고정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비교적 간단합니다. 주인공 마이크(커트 러셀 분)는 자동차 액션 전문 스턴트맨입니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타이틀일 뿐, 사실 그는 자동차를 이용하여 젊은 여자들만 전문적으로 살해하는 변태 살인광입니다.
영화에서 그는 처음 텍사스 오스틴이라는 도시에서 세 명의 매력적인 여자들을 표적으로 따라붙습니다. 그녀들은 지방 방송국의 디제이인 줄리아를 중심으로 모인 친구들이었습니다. 여느 평범한 미국의 처녀들과 같이 그녀들은 끼리끼리 남자친구 이야기도 해가며 즐거운 자동차 나들이 길을 떠납니다. 중간에 들른 단골 바에서는 다른 친구들도 만나고 술도 마시며 즐겁게 놉니다. 그녀들은 바로 그곳에서 은밀히 그녀들을 노리고 있는 마이크와 비극적 조우를 합니다.
마이크는 바에서 만난 줄리아의 또 다른 친구인 팸이란 여자와 함께 술을 마시다 그녀를 집까지 태워 주겠다고 나섭니다. 운전석과 조수석이 칸막이가 되어있는 차를 보고 의아해하는 팸을 보고 마이크는 스턴트용이라며 자기의 차는 절대 탄 사람이 죽지 않는(데쓰프루프, Death Proof) 차라고 자랑합니다. 그러나 펨은 마이크의 의도적인 난폭 운전과 급제동으로 조수석 칸의 유리 칸막이에 사정없이 부딪히며 사망하고 맙니다. 죽기 전 팸은 데쓰프루프는 운전석에만 통용되는 말이라는 마이크의 희죽거림을 듣게 됩니다.
마이크의 다음 표적은 바에서 나와 호숫가로 향하고 있는 세 명의 줄리아 일행이었습니다. 그의 살인 방법은 놀랍게도 그의 차를 전속력으로 몰아 그녀들의 차와 정면충돌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생명도 당연히 위태로울 수밖에 없는 무모한 방법이었지만 스턴트 차의 견고함에 대한 그의 믿음과 살인마적인 광기가 어울려져 이 살인 계획은 그대로 실행됩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그의 의도대로 되었습니다. 세 명의 여자들은 무참하게 부딪히면서 현장에서 즉사하고 그는 복합 골절상을 입었지만 생명은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14개월 후 무대는 테네시 주의 레바논 시로 바뀌게 됩니다. 부상에서 말끔히 회복된 마이크는 또 다른 사냥감을 찾아 나섭니다(사진 2).

그리고 그런 그의 눈에 네 명의 아리따운 젊은 여자들 일행이 표적에 들어옵니다. 이 희대의 살인마 앞에 이들 처녀들의 생명은 그야말로 풍전등화의 신세로 보였습니다. 그녀들은 우연히 휴가가 맞아 떨어진 차에 같이 한 차로 나들이를 나온 상태였습니다.
살인마 마이크의 무서운 계획을 알 리가 없었던 그들은 일행 중 조이의 제안으로 닷지 챌린저라는 튼튼한 차를 빌려 신나게 드라이버를 즐겨 보기로 하였습니다. 마침 중고차 판매로 나온 닷지 챌린저를 하 물색하여 시운전을 명목으로 타고 나옵니다. 대신 친구 중 한 명을 담보로 맡길 수밖에 없어 나머지 셋이서 주행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사실 조이의 목표는 보다 화끈한 것이었습니다. 즉 주행 중에 조이가 끈에 의지한 채 자동차 밖으로 나가 보닛 위에 매달려 가는 스릴을 맛보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과거에 그런 아찔한 모험 상황을 한 번 경험하였던 친구는 처음에는 거절하지만 결국 그녀의 원을 들어주게 됩니다.
그러나 그녀들이 그런 모험을 즐기고 있을 때 바로 마이크의 차가 어디선가 나타납니다. 그리고는 그녀들의 차에 마구 부딪히며 조이의 생명과 함께 차를 전복 직전까지 몰고 갑니다. 모든 정황은 이것으로 끝나는 것 같았습니다.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하면서까지 살인을 저지르는 이 희대의 살인마에게 이들 평범한 여자들이 더 이상 어떻게 대처할 방법이 있겠습니까?
그러나 바로 이 때 타란티노적인 반전이 이루어집니다. 절박하게 쫒기던 조이 일행 중 한 명인 흑인 여자 킴이 호신용으로 지니고 있던 총으로 마이크의 왼쪽 어깨 근처 가슴 부위를 맞히게 되면서 이 후부터는 오히려 여자들이 마이크를 추적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영화의 종반부에서는 마이크에 대한 조이 일행의 철저한 복수가 이루어집니다. 마이크는 영화를 지켜보는 관객이 통쾌감을 느낄 정도로 그야말로 처참한 최후를 맞게 됩니다.
이 영화는 한마디로 타란티노 감독의 또 다른 영화 킬빌(Kill Bill)에서 보는 바와 같은 잔인한 여성 복수극의 범주로 볼 수 있습니다. 단지 차이점이라면 그 규모나 작품성에서 킬빌의 축소판에 해당된다는 점입니다.
이 영화에서 타란티노 감독의 또 다른 개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은 영화에서 나오는 여자들 간의 대부분 대화가 단순한 수다에 지나지 않을 뿐 관객으로서는 영화 줄거리와 어떤 연관을 짓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어떤 평자는 이를 타란티노 감독 특유의 <아무 이유가 없다.>라는 한마디로 압축하기도 합니다. 극중 대사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어쨌든 이 영화에서는 술을 이용한 상처 소독에 대한 흥미 있는 장면 하나가 나옵니다. 상처에서 회복된 후 테네시주에서 또 다른 사냥감을 찾아 나선 마이크는 여자 일행의 예상치 못한 반격을 당해 왼쪽 어깨 근처 가슴 부위에 총상을 당하게 됩니다.
다급해진 마이크는 자신의 자동차 글로브박스에서 포로지즈(Four Roses)라는 버번위스키 병을 꺼낸 뒤 일단 한잔을 들이키고 이어서 상처에 술을 뿌립니다. 그리고 상처에 대한 독한 술의 자극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명을 지르게 됩니다(사진 3, 4, 5).



그로서는 독한 위스키를 벌컥 들이킴으로서 일종의 마취 효과와 함께 총상에 대한 응급 소독까지 한 셈입니다. 사실 이와 유사한 장면들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다른 영화들에서도 그렇게 어렵지 않게 가끔 보게 됩니다.
그런데 그러면 과연 위스키와 같은 알코올 농도가 높은 술들이 기대만큼의 소독 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여기에 관련해서 2006년 미국 테네시 주의 이스트테네시 주립대학과 한 재향 군인 병원에서 발표한 흥미 있는 보고서가 하나 있습니다. 술과 마찬가지로 에틸알코올을 성분으로 하고 있는 손소독제들의 농도 별 효과를 검정한 실험연구였습니다. 실험 결과 40% 알코올은 수돗물로 세척한 것과 별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며 60% 알코올 농도에서 비로소 소독 효과가 검정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따라서 시중에서 간혹 판매되고 있는 40% 알코올 농도의 소독제는 구입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그들의 결과는 관련 연구로는 가장 오래된 논문(Price PB. Ethyl alcohol as a germicide. Arch Surg 1939;38:528-42)과 일치하는 소견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위스키나 보드카의 알코올 농도는 40%입니다. 이보다 높은 농도도 간혹 볼 수 있지만 이 경우도 대부분 40-45% 사이입니다. 앞서의 실험 결과를 토대로 하면 수돗물 세척과 큰 차이가 없는 알코올 농도인 셈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알코올 농도 20% 근처의 우리나라 희석식 소주들은 그야말로 맹물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이론에도 불구하고 일상생활에서 응급으로 상처 소독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면 당연히 수돗물 대신 위스키나 보드카를 뿌리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이렇게 낮은 알코올 농도에서는 제대로 된 소독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면 반대로 알코올 농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더 효과가 큰 것일까요? 즉 100% 알코올 원액으로 소독하면 가장 효과가 높을까요?
흥미롭게도 이것 역시 아닙니다. 알코올 농도 100% 보다는 오히려 70% 농도에서 더 나은 소독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에틸알코올의 살균 기전을 보면 세균의 막을 침투하여 들어가 세균내 단백질을 응고시켜 죽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100% 알코올은 단백질 응고 능력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세균 안에 침투하기 전에 세균 표면의 단백질을 미리 응고시켜 단단한 막을 만들어 알코올 성분이 세균 내부로 들어가지 못하게 합니다. 이렇게 되면 세균은 잠시 정체 상태에 있게 되나 적절한 환경이 되면 다시 되살아나게 됩니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에틸알코올 농도 70~80% 정도에서 살균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작사 Dimension Films, Troublemaker Studios, The Weinstein Company LLC, 배급사 청어람, 엠엔에프씨)
김원곤 | 흉부외과
전공분야 : 정맥외과(하지정맥류), 다한증
서울대학교 흉부외과 교수로 정맥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심혈관외과 분야의 전문가입니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불어, 스페인어 등 6개 국어에 능통한 [외국어의 달인] 이며, 꾸준한 운동을 통해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몸짱] 교수이기도 합니다. 저서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