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창꼬>는 정기훈 감독의 2012년 작품으로 상영 당시 전국 총 관객수 2,475, 705를 기록하여 손익분기점 180만 명을 넘긴 것으로 공식적으로 발표되었습니다(사진 1).

반창고가 아니라 <반창꼬>라는 맞춤법에 어긋나는 제목을 정한 이유는, 반창고로 하면 인터넷 검색에서 영화와 함께 각종 의료용 반창고 정보가 같이 나타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감독의 선택이었다고 전해집니다.
영화는 바쁜 근무 와중에 젊은 아내를 병으로 잃고 마음의 큰 상처로 아픔을 겪고 있는 직업 소방관 ‘강일’(고수 분)의 3년 후부터의 일로 시작됩니다.
그는 어느 날 뇌동맥류로 길거리에서 쓰러진 여자 때문에 팀원과 함께 현장으로 출동하게 됩니다. 그 여자는 수년전 심장판막질환 때문에 기계판막으로 치환수술을 받은 전력이 있는 환자였습니다. 여자의 남편은 그렇지 않아도 아내가 머리가 몹시 아프다고 해서 방금 응급실에 다녀오는 길이라며, 큰 문제가 아니라면서 퇴원을 시킨 당직 의사의 책임을 묻겠다며 격분하여 달려갑니다.
이 와중에 강일은 응급실에서 난동을 부리는 남편을 말리다가 폭행을 당합니다.
결국 사건은 재판으로까지 회부되고 당시 담당 의사는 병원에서 임시 정직을 당합니다. 담당 의사였던 ‘미수’(한효주 분)는 흉부외과 여의사로서 팔에 문신이 있는 험악한 인상의 남편과 여자 팔의 멍을 보고 남편이 부인을 폭행하여 벌어진 일로 잘못 생각하였던 것입니다.
사건의 정황상 미수가 재판에서 매우 불리하다는 것을 안 변호사는 그녀에게 강일에게 남편 폭행건을 고발하게 만들어 그의 폭력성을 증명하는 것이 재판에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합니다.
그렇지만 미수의 집요한 설득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본인 역시 과거 아내를 일찍 잃었던 기억을 가진 강일로서는 그녀를 도와줄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그러다가 우여곡절 끝에 시회봉사의 일환으로 미수는 강일이 근무하는 소방대에 의용소방대원으로 근무하게 되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그때부터 까칠한 남자 강일과 그의 매력에 반한 적극적인 여자 미수의 좌충우돌 애정 행각기가 소방대를 무대로 펼쳐집니다(사진 2).

둘은 가스 폭발 사고 등 크고 작은 사고 현장을 함께 겪으며 서로간의 애정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러나 미수는 자신의 장래가 걸린 의료사고 재판에서 강일이 그 여자의 남편을 고소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주길 바라지만, 강일은 자신과 같이 아내를 잃게 된 남편의 심정을 동감하며 미수에게 오히려 본인의 실수를 인정하고 깨끗이 물러서라고 말합니다.
그러던 중 이미 뇌사에 빠진 여자의 남편이 좌절감에 병실에서 자살을 기도하고, 이를 미수가 응급조처로 구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벌어진 철도변의 차량 충돌사고에서 한 사고희생자를 둘러싸고 절박한 상황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둘은 다시 갈등을 겪게 됩니다.
그 직후 지수는 평소 자신의 가끔 정신을 잃었던 원인이 뇌의 양성종양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수술을 권유받습니다. 지수는 결국 이런 저런 사정으로 병원에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합니다.
한편 강일은 건물화재 붕괴 현장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미수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게 됩니다. 결국 영화는 둘의 재결합과 함께 미수의 정식 소방대원 취업을 끝으로 해피엔딩의 결말을 짓습니다.
이 영화는 여주인공이 흉부외과 의사로 나오고 줄거리도 흉부외과 관련 내용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흉부외과 의사 입장으로서는 무척 애정이 가는 작품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영화 전체의 의학적인 묘사에 있어서도 심장판막치환수술을 받은 환자를 소재로 한 참신함에다 그 구체적인 전개 내용도 무난한 편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게 여겨 진 것은, 영화 도입부에서 심장판막치환수술과 수술 후 사용되는 항응고제 쿠마딘에 대한 이야기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면서 등장하는데 극중에서는 여기에 대한 특별한 의학적 추가 설명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관련 전문가들에게는 물론 상식적인 이야기가 되겠습니다만 과연 일반 관객들 입장에서 어느 정도 그 구체적인 내용을 이해하고 영화를 보았을지 궁금합니다.
쿠마딘(와파린)은 강력한 혈액응고 방지 작용으로, 인공판막 특히 기계판막으로 치환 수술을 받은 환자에서 혈전이나 색전이 생기는 것을 막아 주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약이 가끔 문제가 되는 것은 항응고 효과가 지나칠 경우 우리 몸의 정상적인 방어 기전에 오히려 심각한 손상을 입힐 수가 있는 것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항응고 작용이 지나치면 과연 어떤 일이 생기게 될까요? 무엇보다도 평소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사소한 자극에도 출혈이 쉽게 되고 또 이런 출혈이 잘 멈추지도 않게 됩니다.
가령 양치질을 할 때 잇몸에서 평소에는 생기지 않던 출혈이 갑자기 나타난다던지 또는 조그만 충격에도 쉽게 멍이 든다던지 하는 것들이 대표적인 예들입니다. 이런 문제들이 좀 더 진행되면 몸에서 저절로 출혈이 되기도 합니다. 즉 코피가 저절로 자주 나거나 혈뇨(소변 색깔이 붉어짐) 또는 혈변(대변 색깔이 까맣게 됨)이 생길 수 있습니다.
가장 위험한 상황은 영화에서처럼 평소 고혈압이나 뇌동맥류가 있던 환자에서 항응고제로 인해 출혈 성향이 강해지면서 갑자기 뇌출혈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와파린을 항응고제로 사용할 때는 병원에서 지시하는 용량 조절에 엄격하게 따라야 합니다.
영화중에 이런 내용에 대한 설명이 자연스럽게 소개되었다면 보다 친절하고 현실감 있는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또 하나 영화의 대표적인 의학적 장면으로는 아내의 상황에 절망한 남편이 병실에서 목을 매달아 자살을 기도할 때 우연히 현장에 있던 미수가 그를 심폐소생술로 구하는 장면입니다. 이런 심폐소생술 장면을 보노라면 과거 영화들에 비해 그 구체적인 묘사에서 많은 긍정적 발전을 하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아주 상세한 부분에서는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까지 따지자면 극영화가 아니라 병원에서 촬영한 다큐멘터리를 보아야겠지요.^^
다만 한 가지 언급하고 싶은 것은 극중에서 환자에 대한 소생을 주위에서 포기하였을 때 미수만 고집하여 결국 그를 살려내는 장면에서입니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 심폐소생술을 하는 경우에는 이런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지고한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일에서 100%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상황이 아닌 다음에야 소생 노력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영화의 설정과 재미를 위해서는 충분히 이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고 현장에서 미수가 부상을 당한 동료 소방대원의 상처를 그 자리에서 봉합하는 장면이 나옵니다(사진 3). 이것은 사실 의학적으로는 옳지 않은 장면입니다. 영화에서 흔히 병원이 아닌 곳에서 상처를 봉합하는 장면이 나오거나 심지어 자기 스스로 봉합을 하기까지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당장 병원에 갈 수없는 상황에서의 일입니다.

상처 봉합은 단순히 벌어진 상처를 붙여 주는 술식이 아닙니다. 상처 속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봉합의 수준을 결정하여야 하고 무엇보다도 상처 부위에 대한 소독이 자칫 잘못되면 심각한 합병증이 생길수도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영화에서와 같이 도심지 근처에서 생긴 사고의 경우 아무리 외과의사가 옆에 있더라도 간단한 응급조처 이후에는 가급적 신속하게 병원 시설로 옮기는 것이 최선입니다.
마지막으로 영화에서 강일이 아내가 수술 중에 생명이 위태롭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대로 수술장에 뛰어 들어가는 장면이 나옵니다. 앞으로 영화에서는 이런 황당하고 비현실적인 장면이 더 이상 등장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렇지만 결론적으로 흉부외과 의사를 주인공의 한축으로 등장시킨 이 영화에 큰 애정을 다시 한 번 보냅니다.^^ (제공/배급 NEW, 제작 ORM PICTURES)
김원곤 | 흉부외과
전공분야 : 정맥외과(하지정맥류), 다한증
서울대학교 흉부외과 교수로 정맥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심혈관외과 분야의 전문가입니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불어, 스페인어 등 6개 국어에 능통한 [외국어의 달인] 이며, 꾸준한 운동을 통해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몸짱] 교수이기도 합니다. 저서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