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비염 너는 내 운명 : 운명 개척을 위한 5계명
“You are my destiny”
너는 내 운명이라고 번역되는 이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영화 혹은 드라마를 생각할 수 있고, 또 연세가 지긋하신 분은 Paul Anka가 부른 고전팝송을 떠올리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알레르기전문의인 필자는 진료실에서 환자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예전엔 건강했는데 제가 왜 알레르기질환이 생긴 건가요?”
이 질문에 대해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 전에 생길 운명이었습니다”라고 대답하곤 합니다. 자, 그럼 제가 왜 이렇게 대답하는지 같이 알아보도록 합시다.
알레르기비염은 전인구의 5~20%가 앓고 있는 흔한 병으로 특히 환절기가 되면 증상이 나빠져 많은 분들이 병원을 찾습니다. 그러다가 또 어느 틈엔가 증상이 없어져 다 나았다고 생각하다가 또다시 증상을 경험하게 됩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요?
이것은 몸에 이미 알레르기비염을 일으킬 수 있는 알레르기염증반응 회로가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알레르기염증반응이 생기는 회로가 만들어지는 것은 교통사고처럼 일시적인 외부요인에 의해 우연히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각자가 타고난 면역학적 내적 특성과 엄마 뱃속에서부터 출생 후 노출된 외부환경에 이르기까지 외적인 영향이 복합적으로 꾸준히 작용하여 어느 시점에 증상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실제로 부모 중 한 쪽이 알레르기 질환을 가질 때는 40%, 양쪽 다 알레르기 질환을 가질 때는 70%의 확률로 자녀에게 알레르기질환이 나타납니다. 같은 유전인자를 가지고 있더라도 우리가 살면서 노출된 외부 환경의 차이에 따라 알레르기질환의 발생이 결정됩니다. 따라서 알레르기질환이 여러분에게 발생했다면 그건 조상들로부터 전해 내려온 내력과 우리 인생의 궤적이 고스란히 반영된 “운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매일 코를 통해 하루 동안 10,000 ~ 20,000 L의 공기를 들이마십니다. 환산을 하자면 1분에 500 mL짜리 생수병 14-28개 분량의 공기가 코를 통해 들어오는 것입니다. 코는 외부에서 들어온 물질이 우리 몸속으로 침투하지 못하도록 표면이 점액으로 덮여 있고 여러 개의 필터가 이물질을 막아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24시간 외부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갖가지 유해물질에 노출되기 마련이고, 그 결과 우리 일상생활에서 비염을 매우 흔하게 경험하게 됩니다. 그런데 콧물이 자주 난다고 해서 다 알레르기비염일까요?
비염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많은 분들은 비염이 자주 생기면 알레르기비염이라는 잘못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알레르기비염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요?
코감기와 구별되는 알레르기비염의 특징적인 증상은 맑은 콧물과 함께 코가 간질간질하면서 연신 재채기를 하는 것입니다. 감기는 바이러스감염 때문에 생기기 때문에 이를 처치하기 위해 혈관을 타고 많은 백혈구가 코로 몰려오고, 바이러스와 싸우고 전사한 백혈구들이 누런 콧물로 나오게 됩니다. 이에 반해 알레르기비염은 코점막에 알레르기염증반응에 주로 관여하는 비만세포들이 히스타민이라는 혈관을 확장시키는 물질을 다량 분비하면서 코점막 아래에 있는 혈관들이 늘어나 혈관 속에 있던 물성분이 점막으로 빠져 나오기 때문에, 마치 물처럼 맑은 콧물이 줄줄 흘러나오게 됩니다. 히스타민은 가려움증도 유발하여 코와 눈이 간질간질해지고 이 때문에 발작적인 재채기를 하게 됩니다. 맑은 콧물, 눈코 가려움, 재채기와 더불어 코막힘도 흔히 나타납니다. 그러나 감기에 걸렸을 때 흔히 나타나는 코와 목이 따끔거리고 열이 나는 증상은 알레르기비염에서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해마다 찾아오는 비염이 알레르기비염으로 의심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 유발인자를 찾아라]
흔히 집먼지진드기, 동물털, 꽃가루가 알레르기물질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사람마다 과민반응을 보이는 알레르기물질은 다릅니다. 따라서 알레르기비염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까운 알레르기클리닉을 찾아 알레르기검사를 받아 내 몸이 어떤 알레르기물질(알레르겐)에 과민반응을 일으키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알레르기검사는 피부를 이용하여 여러 가지 알레르기 물질에 대한 반응을 확인하는 방법과 혈액을 이용하여 우리 몸 속에 있는 알레르기물질에 대한 항체치를 측정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집먼지진드기에 과민반응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면 집먼지진드기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집먼지진드기는 사람의 피부 각질, 비듬을 먹고 사는데 주로 이불, 방석, 쿠션, 옷, 매트리스, 봉제 인형 등 사람과 접촉하는 섬유제품에 서식하며, 온도 18-27도, 습도 50-60%일 때 잘 증식합니다. 집먼지진드기를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위해서는 섬유제품을 55℃ 이상에서 세탁하고, 강한 햇볕 아래 3시간 이상 충분히 건조 후 털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실내습도는 제습기를 이용하여 50% 이하로 낮추면 진드기가 증식을 억제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집먼지진드기 외에 바퀴벌레나 애완동물의 비듬이나 털, 곰팡이가 실내생활에서 노출되는 주된 알레르기물질입니다.
실외에 주로 분포하는 알레르기물질로는 꽃가루를 들 수 있습니다. 알레르기물질로 작용하는 것은 벚꽃이나 목련과 같이 벌과 나비에 의해 수정이 되는 꽃가루가 아니라 자작나무, 도토리나무, 소나무와 같이 바람에 의해 수정이 되는 꽃가루입니다. 계절별로는 봄에는 나무, 여름에는 잔디, 가을에는 잡초의 꽃가루가 알레르기비염 증상을 일으키는데, 우리나라는 서양에 비해 잔디가 적어 주로 봄가을 꽃가루에 의해 증상이 유발됩니다. 실외 꽃가루에 과민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은 꽃가루가 날리는 계절에 야외활동을 줄이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악화인자를 피하라]
점막에 알레르기염증이 생기면 매우 예민해지기 때문에 알레르기비염환자가 찬공기나 매연, 담배연기,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순식간에 코가 간질간질하면서 맑은 콧물, 재채기가 나옵니다. 이런 증상 악화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환절기나 공해·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황사마스크를 착용하여 자극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환기나 공기청정기를 통해 집안 공기 중 부유하고 있는 먼지를 제거하는 것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됩니다.
[염증반응과 증상의 연결고리를 끊어라]
알레르기물질을 완벽하게 피할 수 없다면 적절한 약물을 사용하여 알레르기염증반응이 증상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알레르기비염의 증상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물질인 히스타민의 경우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여 히스타민이 작용하는 수용체를 차단하여 히스타민이 분비되더라도 증상을 일으키지 않게 합니다. 기존의 항히스타민제는 졸음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에는 부작용을 최소화한 2세대 항히스타민제가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항히스타민제만으로 증상이 조절되지 않을 경우에는 항히스타민제와 다른 기전으로 염증을 줄여주는 스테로이드 코스프레이나 항류코트리엔제를 추가로 사용해 볼 수 있습니다.
[면역치료 : 알레르기반응의 뿌리를 제거하자]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고 싶으세요? 그렇다면 알레르기반응의 시작되었던 상황으로 다시 돌아가서 재교육을 시키면 됩니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집먼지진드기 분진이나 꽃가루는 원래 우리 몸에 들어와도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정상인에서는 반응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알레르기반응이 상대적으로 쉽게 생기는 체질을 타고 나서 이들 물질에 불필요하게 과도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알레르기염증반응이 생겼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이들 물질이 우리 몸에 해롭지 않다는 것을 재교육시켜야 합니다.
과민반응을 나타내는 알레르기물질을 우리 몸에 투여하면 과민반응을 일으킨다. 하지만, 양이 매우 적은 경우에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이를 인지하고도 그냥 지나치게 됩니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하여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양을 조금씩 늘리게 되면 나중에는 많은 양에 노출되어도 알레르기비염 증상이 나타나지 않게 되는데, 이런 과정을 3~5년 이상 지속하면 재교육된 반응이 굳어져 치료를 종료해도 재교육 효과가 지속되는 것입니다.
알레르기비염에 대한 면역치료는 알레르기비염에 대한 치료효과뿐만 아니라 향후 천식 발생 위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알레르기면역치료의 종료는 주사요법과 혀밑에 투여하는 설하치료법이 있는데, 장단점이 있으므로 담당의사와 상의하여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시중에 알레르기를 완치시켜준다는 여러 광고에 난무하고 있지만 현재 알레르기면역치료만이 알레르기비염에 대한 유일한 근본치료인 만큼,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에 현혹되어 아까운 돈과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조언하는 바입니다.
[일상생활에서 주의할 점]
평소 주위를 청결하게 하고 바깥에 나갔다 오면 세안 및 손씻기를 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요즘 다양한 매체들의 영향으로 식품을 통해 질병을 극복하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알레르기비염도 예외가 아니어서 많은 분들이 시도하고 있으나 식품 섭취만으로는 알레르기비염을 치료할 수 없습니다. 이는 알레르기에 효과가 있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더라도 식품으로 먹을 경우 치료효과를 얻을 정도로 많은 양을 한꺼번에 섭취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성분을 추출하여 건강기능 식품으로 개발하여 시판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에도 약물보다는 효과가 현저하게 떨어지며 근본적인 치료는 아니므로 고가의 건강식품에 현혹되지 말기를 당부합니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별다른 돈을 들이지 않고도 알레르기비염에 대한 우리 몸의 면역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는 방법이 있습니다. 햇빛을 통해 체내에서 합성되는 비타민 D는 알레르기비염의 발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성인 8,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혈중 비타민D 수치가 낮을수록 알레르기비염의 유병률이 높아졌습니다. 현대인들은 실내에서 주로 생활하거나 자외선 차단제를 많이 발라 자칫 비타민D가 충분히 합성되지 않을 수 있는데, 비타민D를 부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외선이 강한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 사이 매일 20분 정도 산책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제 바야흐로 봄입니다. 알레르기비염의 운명을 타고 태어나셨나요? 이번 봄에는 지긋지긋한 알레르기비염이 더 이상 우리를 괴롭히지 않도록 스스로 운명을 바꿔나가시기 바랍니다.

전공분야 : 알레르기비염, 천식, 두드러기, 약물알레르기, 아나필락시스
서울대학교병원 알레르기내과에서는 기관지천식 및 알레르기성 비염 등 호흡기 알레르기, 위장관 알레르기, 피부 알레르기, 그리고 전신적인 알레르기 반응에 의한 질환을 진료합니다. 알레르기질환은 문명이 발달하고 산업화되면서 발생 빈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그 치료가 최근에 더욱 중시되고 있습니다. 만성기침 환자를 위한 특수 클리닉 및 부설 알레르기 검사실에서는 피부반응 검사, 기관지유발 검사, 알레르기성 비염 검사, 폐환기 검사를, 면역치료실에서는 알레르기항원을 탈감작시키는 면역 요법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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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건강정보>에서는 매월 시의성 있는 건강 관련 주제를 채택하여 서울대학교병원 의료진들이 독자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