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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은 비단 그 맛으로뿐만 아니라 그 이름만으로도 이미 감미롭습니다. 먼 옛날 인공감미료가 전무하던 시절, 꿀에 대한 인류의 동경은 지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오죽하면 셰익스피어도 그의 유명한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 중의 대사를 통해 <너무 달콤한 꿀은 지나치게 맛있어서 오히려 역겨운 법이야. 그러니 적당히 사랑하도록 해>라는 표현을 통해 꿀의 떨칠 수없는 유혹을 경계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매혹적인 꿀을 이용하여 만든 술이 있다는 사실에 관해 알고 있는 사람은 뜻밖에 매우 적습니다. 그러나 꿀로 만든 술은 포도주보다 오히려 더 긴 역사를 가질 정도로 오랜 기간 인류와 함께 하였습니다. 그러면 꿀 술에 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나라에서도 상영된 바 있는(2007년 11월) 영화 한편을 먼저 소개하겠습니다.
바로 베오울프(Beowulf)라는 영화입니다. 베어울프는 원래 유럽대륙의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무대로 펼쳐지는 작자 미상의 고대 영웅서사시로, 8세기에서 11세기 사이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고대 영어로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영문학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현재는 1010년경에 만들어진 필사본이 유일하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작품의 기본 내용은 신과 인간, 괴물과 영웅이 공존하는 암흑의 시대에 덴마크를 무대로 전사 베오울프와 식인괴물 그렌델 그리고 불을 뿜는 드래곤 사이의 싸움을 그린 것입니다.
바로 이 서사시를 원작으로 최근 3D 애니메이션이라는 독특한 장르의 동명 영화가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의 도입부에 서기 507년 덴마크를 시대 배경으로 전투에서 승리한 ‘흐로스가’라는 왕이 질펀한 주연을 베푸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때 왕이 연회장으로 들어오면서 술을 가져오라고 크게 소리치는데 정확하게 <미드>라는 이름의 술입니다. 또 왕의 최측근 신하인 운퍼스가 하인에게 술을 재촉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때의 술 이름도 역시 <미드>입니다. 심지어 주연이 베풀어지고 있는 연회장의 이름조차 <미드홀>입니다. 미드란 술 이름은 마침내 바다를 건너 괴물을 처치하러 온 기트족의 용사 베오울프가 흐로스가 왕에게 “괴물도 처치하고 그 유명한 <미드>를 마시러 왔다.”라고 말하는데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습니다. .
그러면 과연 영화에서 말하는 미드(mead)라는 술은 어떤 술일까요? 바로 이 미드야말로 바로 벌꿀로 만든 와인을 말합니다.
미드가 만들어지는 기본 원리는 매우 간단합니다. 즉 벌꿀에 원래 존재하는 당 성분에 효모가 작용하기만 하면 화학반응에 의해 알코올이 생성되어 미드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벌꿀에 물을 타서 적당히 희석된 상태에서 그냥 두면 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효모에 의해 알코올 발효가 저절로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포도가 어느 정도 으깨져 즙이 나와야 발효가 일어날 수 있는 포도주나 싹이 튼 곡물이 필요한 맥주 보다 오히려 더 오랜 역사를 가진 가장 최초로 만들어진 술일 것으로 추정되기도 합니다.
미드는 오래전 한때 유럽 전역에서 널리 음용되었습니다. 그러나 인구가 점점 증가함에 함께 상대적으로 벌꿀의 공급이 부족하게 되면서 이를 재료로 만드는 미드의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포도주를 만들 수 있는 지중해 지역에서는 점차 그 인기가 퇴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포도 재배가 잘 되지 않는 영국이나 북유럽에서는 미드가 여전히 널리 음용되었습니다.
특히 노르웨이에서는 신혼부부가 결혼 후 한 달 동안 이 술을 마시는 관습이 있었기 때문에, 꿀(honey)과 한 달(month-moon)이라는 말이 합쳐져 허니문(honeymoon)이란 유명한 단어가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북유럽을 중심으로 꾸준히 음용되던 미드는 그러나 종교개혁이라는 예기치 않은 사회변화 때문에 또 한 번 힘든 상황을 맞게 됩니다. 즉, 종교개혁의 영향으로 이전에는 호화로운 성당에서 수많은 양초를 사용하여 화려한 예식을 가졌던 교회에서 더 이상 다량의 양초 수요가 없어지게 됩니다. 그러자 이로 인해 당시 양초의 주 재료였던 벌꿀 왁스의 수요 감소가 자연스럽게 초래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수입이 반 이상 감소하게 된 양봉업자들이 벌꿀가격을 올리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는 필연적으로 미드 가격을 올리게 되어 결과적으로 미드의 인기를 감소시키는 원인이 되게 됩니다. 다만 와인을 생산 못하면서 종교개혁의 영향을 받지 않았던 폴란드나 정교회에 속해 있던 러시아에서는 계속 미드가 음용되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역사적인 굴절을 경험하였던 미드는 최근 그 오랜 침체기에서 벗어나 색다른 트렌드의 술로서 또 다시 애주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그 제조공법도 현대화되어 보다 안정된 품질의 미드가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습니다.
미드는 만드는 방법과 첨가 성분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즉 당도에 따라 스위트, 드라이, 그리고 중간 형태로 나누어지며, 탄산가스 여부에 따라 스틸(still) 또는 발포성 미드로 나누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무런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은 전통 미드와 함께 첨가물을 사용하는 경우 그 종류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자 여러분들도 꼭 신혼부부가 아니더라도 한번 기회가 되면 미드의 색다른 달콤한 유혹에 한번 빠져 보는 것은 어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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